향기로운 글 3302

부처님 친견하기 / 법상스님

부처님 친견하기 나와 인연 맺어진 모든 이들이며, 모든 사소한 존재일지라도 그 모두는 나의 부처님이십니다. 남편이 남편이 아닙니다. 법계에 편만하신 법신 부처님께서 남편이라는 인연으로 나투신 것이지요. 자식이 자식이 아닙니다. 나와의 인연이 자식일 뿐이지 모두가 부처님의 현현하심이라는 것입니다. 법계에 가득한 비로자나 법신 부처님은 인연 따라 그 어떤 모습으로든 모습을 나투어 주십니다. 사랑한다고 사랑이 아니고, 미워한다고 미움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미운 인연으로 나툰 것이고, 또 사랑이라는 인연으로 나툰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인연이란 내가 만들고 내가 스스로 지은 것입니다. 내가 만든 인연이 법계에 비추어져서 남편으로 자식으로 미운 사람으로 좋은 사람으로 나타난 것이지요. 그러니 어때요... 상대는..

향기로운 글 2024.03.26

무소의 뿔처럼 / 법상스님

무소의 뿔처럼 세상 모든 사람이 심지어 나를 사랑하는 이와 나의 가족 친구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욕하고 비난할지라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기를 바랍니다. 마음은 늘 평온하기를 바랍니다. 결코 비난에 휘둘려 가슴 아파하거나 답답해 하거나 상대를 원망하지도 않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심지어 나를 미워하는 이와 나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칭찬하고 떠받들지라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기를 바랍니다. 마음은 늘 평온하기를 바랍니다. 결코 칭찬에 휘둘려 행복해 한다거나 들뜨거나 상대에게 고마워 하지도 않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칭찬과 비난이 아무리 나를 흔들어 놓으려 해도 내 마음의 평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면 합니다. 마치... 소리에 놀라지 않는 당당한 사자와 같이, 그 ..

향기로운 글 2024.03.25

수행자의 네가지 덕 / 법상스님

수행자의 네가지 덕 참된 수행자에게 갖추어진 네 가지 덕이 있다. 첫째, 모든 존재의 본성이 공(空)함을 알면서도, 업과 업의 과보는 분명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둘째, 중생이 무아(無我)인 것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킨다. 셋째, 마음은 진리를 구하고 열반으로 향해 있지만 윤회의 이 세상에서 수행을 닦는다. 넷째, 중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베풀지만 그 과보를 바라지는 않는다. 이것이 참된 수행자의 덕이다. [보적경] 참된 수행자는 존재의 본성이 공함을 분명히 알면서도 모든 것이 다 허무하다거나, 인과응보도 다 필요 없다거나, 좋은 업을 지을 필요도 없고 과보도 다 공하다거나 하면서 악취공에 빠져들지 않는다. 공을 공부한 수행자들이 때때로 '모든 게 다 허무하다'면서 불교를 공부하면 세상 사..

향기로운 글 2024.03.24

기도 / 법정스님

기도 수행자는 기도로써 영혼의 양식을 삼는다. 기도는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자산이다. 사람의 이성과 지성을 가지고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기도가 우리를 도와준다. 기도는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간절한 소망이다. 따라서 기도에는 목소리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이 담겨야 한다. 진실이 담기지 않은 말은 그 울림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존재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한다. 진정한 기도는 종교적인 의식이나 형식이 필요 없다. 오로지 간절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순간순간 간절한 소망을 담은 진지한 기도가 당신의 영혼을 다스려 줄 것이다. 그리고 기도에 필요한 것은 침묵이다. 말은 생각을 일으키고 정신을 흩뜨려 놓는다. 우주의 언어인 거룩한 그 침묵은 안과 밖..

향기로운 글 2024.03.23

업장 소멸하는 법 / 법상스님

업장 소멸하는 법 나보다 잘난 사람 보면 질투심이 올라온다거나 나보다 못난 사람 보면 ‘나 잘났다는’ 우월감이 올라 올 때 ‘ 이게 바로 업장이구나’ 하고 얼른 지켜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열등감이든 우월감이든 잘 지켜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 마음에 대고 염불하고 그래도 안 되면 딱 버티고 앉아 마음 다해 독경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 마음 지켜보고 잘 닦아내는 일이 업장소멸 하는 일입니다. 업장소멸, 업장소멸 말로만 백날 해야 내 안에서 경계 따라 문득문득 올라오는 이 생생한 생활 속의 업장을 닦아내지 않으면 절에 백날 다녀도 별 소득이 없어요. 매일 매일 마음 닦고 정진하다보면 자신 스스로는 느끼지 못할 지라도 내 안에서는 업장이란 놈이 얼마나 닦아지고 있는 건지 모른단 말입니다. 가만히 올라오는..

향기로운 글 2024.03.22

그냥 걷기만하세요. / 법상스님

그냥 걷기만하세요.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걸음을 떼어 놓고 또 걷고 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그냥... 가 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 발자국 가져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그냥 살아갈 뿐... 짊어지고 가지는 말았으면 하고 말입니다. 다 짊어지고 그 복잡한 짐을 어찌 하겠습니까... 그냥 놓고 가는 것이 백번 천번 편한 일입니다. 밀물이 들어오고 다시 밀려 나가고 나면 자취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애써 잡으려 하지 마세요... 없어져도 지금 가고 있는 순간의 발자국은 여전히 그대로일 겁니다. 앞으로 새겨질 발자국, 삶의 ..

향기로운 글 2024.03.21

걷는 수행의 미덕 / 법상스님

걷는 수행의 미덕 걷는 일에는 다섯 가지 미덕이 있다.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능히 달릴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고, 둘째는 몸에 활력이 생김이며, 셋째는 졸음을 쫓아 깨어있을 수 있음이요, 넷째는 음식의 소화가 잘 되어 몸의 조화를 이룸이요, 다섯째는 선정의 마음을 얻기 쉬움이다. [칠처삼관경] 걷는 것처럼 좋은 운동도, 좋은 수행도 드물다. 우리의 두 발로 우뚝 서서 걸을 때 자기 안에 자기 중심이 서게 되고, 이 세상에 뿌리내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걸을 때 능히 달릴 수 있고, 온갖 일을 해 낼 수 있는 힘이 생기며, 온몸에 활력이 생기고 밝고 건강한 기운이 돈다. 또한 졸음이며 혼침을 비롯한 온갖 번뇌를 쫒아 깨어있는 맑은 정신을 가져온다. 또한 소화가 잘 되어, 잘 먹고, 잘 자고,..

향기로운 글 2024.03.20

현재의 마음과 과보의 마음 / 법정스님

현재의 마음과 과보의 마음 자신의 마음이 현재의 생각을 결정한다. 자신의 마음이 인격을 결정한다. 자신의 마음이 현재의 행위를 결정한다. 자신의 마음이 앞으로 남은 생을 결정한다. 자신의 마음이 다음 생을 결정한다. 모든 일은 자신의 마음이 앞에서 이끈다. 자신의 견해가 바르면 바른 결과가 있고, 바르지 못하면 나쁜 결과가 있다. 자신의 견해가 바르면 현재도 좋고, 미래도 좋다. 그러나 바르지 못하면 현재도 괴롭고, 미래도 괴롭다. 모든 선택은 자신의 마음이 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지배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에는 현재의 마음과, 전에 만들어진 행위에 따라서 나타나는 과보심이 있다. 현재 자신의 마음이 선할 때는 과거에 만들어진 선한 과보심이 나타나 영향을 준다. 현재 자신의 마음이 선하지 ..

향기로운 글 2024.03.19

공부 복 / 법상스님

공부 복 마음공부 하는 데도 복이 있습니다. 공부 복이 있어요. 공부 복이 있는 사람은 마음 닦을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추져 스승님도 잘 찾고, 주위에 밝은 도반 인연도 잘 짓고, 공부할 때 주변 인연이 막 공부하도록 바쳐주고 그래요. 그렇지만 공부 복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마음이 있어 마음공부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바쳐주니 그만큼 공부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여건 탓하지 않고 내 마음 밝히면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좀 된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요. 공부 복도 스스로 지어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왜 그러잖아요. 공부하기 어려울 때는 공부 복이라도 지어 놓으라고... 공부 복은 어떻게 짓겠어요? 복이라는 것은 베풀었을 때 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부 복도 마찬가지예요. 공부 복을 지으려면, 자신..

향기로운 글 2024.03.18

성철스님 이야기 / 법상스님

성철스님 이야기 6.25사변 이후 마산 근방 성주사라는 절에서 서너달 머물 때입니다. 처음 가서 보니 법당 위에 큰 간판이 붙었는데 「법당 중창시주 윤○○」라고 굉장히 크게 씌여 있었습니다. 누구냐고 물으니 마산에 사는 사람인데 신심이 있어 법당을 모두 중수했다는 겁니다. '그 사람이 언제 여기 오느냐?'고 물으니 '스님께서 오신 줄 알면 내일이라도 올 겁니다.' 하였습니다. 그 이튿날 과연 그 분이 인사하러 왔다 하여 '소문을 들으니 당신이 퍽 신심이 깊다고 모두 다 칭찬하던데, 나도 처음 오자마자 법당 위를 보니 그 표시가 얹혀 있어서 당신이 신심 있는 것이 증명되었지' 하고 말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칭찬을 많이 하니 퍽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간판 붙이는 위치가 잘못 된 것 같아, 간판이란 ..

향기로운 글 2024.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