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603

꽃비, 봄날의 탄성이여! / 淸草배창호

꽃비, 봄날의 탄성이여! / 淸草배창호바람이 꽃잎 데리고 고요히 떠나는 날이제 때 되었노라 가야만 하는 심금 울리는 환희가 짧은 저 꽃잎에    처연한 꽃비로 이별을 대신하는 일보다속울음 삼키는 일이 더욱 괴로운 일인데              끝없이 관조에 든 풍경을 불러들여토혈하듯 그윽한 떨림을 늘어놓는 가시리의 흔적들이 호수에 잠긴 달빛으로  상념에 든 하세월을 독백하듯   눈에서 멀어질 훗날 너머는 차마 어땠을까,봄 눈처럼 꽃잎이 이내 사라지고 말더없이 그리운 것들이여!쫓아오지 못하는 그 허사 밖에서고요한 찰나에도 눈부신 봄날이라 하지만살풀이하듯 가슴앓이마저샛강처럼 네, 자죽자죽 흘러가려 하는가

四月의 언덕에는 / 淸草배창호

四月의 언덕에는 / 淸草배창호목련꽃 피는 촉촉해진 봄날환한 미소에 눈이 부시고 해를 내밀듯꽃바람에 입맞춤하고 싶어도 쉬이 눈시울이 바르르 일고 있습니다산 뻐꾹새 울음소리에살내음 나는 그리움을 잊고 있었는지4월 언덕의 회상에는 봄 눈의 허기처럼그리움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먼 훗날이 없는 그 이후 봄 일지라도돌아서는 순간 달달한 바람이 일어하얀 꽃을 소로시 툭 터져주는 목련의오롯한 자태에 사심 없이 빠져들었습니다어쩌면 서로 찾아 헤매야 할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꽃잎과 이파리가잔인한 사월의 엇갈린 관조에 들었어도가려둔 속뜰을 환희 열어 보이고 싶습니다

매화가 월담하는 봄날 / 淸草배창호

매화가 월담하는 봄날 / 淸草배창호밤새 까치발로 추적이는 봄비!다감한 눈빛들 그윽한 이슬방울들이 봄 꿈의 길섶마다이제 막 깊은 잠에서 깨어난산 넘어 벙싯대는 옹알이가애오라지 남쪽 가지에 매달렸습니다담을 넘는 소소리바람의 손짓에 이내 휘정거리는 진눈깨비가 오고님의 가냘픈 울림이설레발로 기웃거릴 때이면매화의 가지마다 보송보송 망울이 솟아마음속에 쟁여둔 사랑으로 빚어 놓습니다겨우내 다진 유장한 풍경의 마당귀에여리디여린 두근거림을 독백하듯잎새 달의 달달한 물관으로눈부시게 또록또록 꽃눈을 뜨고봄볕에 그윽이 눈 내리깔고 다가올님을 참, 밉도록 기다렸습니다

춘희春姬 / 淸草배창호

춘희春姬 / 淸草배창호해빙이 무르익은 돌 개천에겨우내 넘나든 고난의 자국들이소로소로 내리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니백제 와당에 새긴 온화한 미소의 봄볕에졸졸 흐르는 개울물이 살갑기 그지없다지난날, 수풀이 누워있는 자리마다또록또록 꽃눈을 뜨는 봄의 잉태에서파르르 일고 있는 앳된 모습은가녀린 환희로 빚은 걸작의 매 순간들쳇바퀴의 봄을 지을 때마다삶의 흔적은 이제 은혜의 시작일까,첫 나들이는 살얼음 딛듯 그래왔듯이봄눈이 휘젓고 간 잔설 덮인 사랫길설레발치는 천변 숲 버들개지마저목전에 둔 잎새 달이 날로 곱듯이春姬가 한껏 노랗게 피운다

산수유의 춘몽春夢 / 淸草배창호

산수유의 춘몽春夢 / 淸草배창호빈 가슴, 휑한 소리만 듣다가속앓이로 덕지덕지 튼 수간마다돌각담 기어오르는 봄 햇살에겨우내 가려둔 속뜰을 피우듯밀물처럼 풀어헤친남촌의 노란 꽃별의 전사들이른 봄 소소리바람이 이는데도살가운 봄비 소리에 또록또록봄눈을 뒤집어쓴 채로먹물 번지듯 하마 기다린 그리움이잎새 달을 향한 설레발 꽃눈을 틔워서정抒精의 봄볕을 파고들었다한겨울의 눈발도 강단으로 견딘촉촉한 설렘을 저버리지 아니하였으니경이로운 그루터기의 생명으로잰걸음에서 해후邂逅를 밀어 올린상춘의 풀물 오른 봄,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그날까지

봄비와 산수유 / 淸草배창호

봄비와 산수유 / 淸草배창호꽃이라도 다 같을 수야 없겠지만봄의 전령을 자처한 도담한 산수유 산통을 겪고 있는 꽃샘에 숨죽이고서저만치 봄비 소리에 어렵사리 운을 띄워길손의 봄바람에 하니작 노랗게 전율을 일으키며덕지덕지 튼 지난 겨울이 눈물겨운데도쉴 새 없이 새어 나오는 신음들이시절 인연이 너울대는 감동을 일으켜 내 안에 소망의 별꽃이 되었습니다 곡선의 미학을 염두에 두었더라면인고로 보낸 지난 세월마저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도단아한 아름다움에 눈멀고홀랑 마음 뺏긴 사이 간으로 엮였으니 차마 유구무언有口無言이란 말 밖에.

봄비 되어 오시나 봅니다 / 淸草배창호

봄비 되어 오시나 봅니다 / 淸草배창호문풍지를 비집고 꼬드기는 봄날감추지 못하는 속내를 토하니먹구름에 가리진 임의 모습,이제나저제나 잿빛 시름에 잠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어홀로 걷는 마음을 알기나 할까요하염없이 지새운 날밤들이어렵사리 닿았는지온다는 기별은 없었지만,남몰래 까칠한 심통을 보듬고자새벽녘,지르밟은 추적한 자국들이감미로운 임의 속삭임처럼이내 그리움 어이 말로 다 할까마는온통 기다리므로 마음속에 쟁여둔  고즈넉이 봄비 되어 오시나 봅니다

봄도 쫓아오지 못하는 / 淸草배창호

봄도 쫓아오지 못하는  / 淸草배창호  때론 냉골처럼삶에 한 단면일 줄 몰랐을까마는비트는 법을 익히게 된 얼어붙은 까칠한 거북 등 되었다아스라이 보이는 주마등의잡을 수 없는 게 뜬구름의 사색인 양묵향으로 빚은 여백의 수묵화처럼먼 산, 지척 간에 둔사랑이 그리움의 병이라는 걸 알면서도순수한 것이 아니라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욕심부리지 않은 속 뜰이라 여겼는데 들뜬 뿌리라도 잘라야 한다지만다감한 눈빛을 교환할라치면그렁한 이슬 망울이 내려앉기 좋을 만큼살풀이에 얽힌 구구절절함을 몰랐으니.아릿한 포구에 핀 내 것이라고 여긴바다는 무심한 검은 여백일 뿐,  누가, 시인의 사랑은 무죄無罪라 하였는지

그리움/ 淸草배창호

그리움/ 淸草배창호부옇게 내리는 연우가 어찌허기진 대지를품어 안을 수 있겠냐마는안개 망울 속엣 오롯이 머금고 이내 지울 수 없는 민낯의 목마름아지랑이 되어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님의 얼굴에 가슴 저리고마음 깊은 한 구석에 한결같이 고즈넉하기만 한애달픔이 봄빛에 업혀서여백에 눈먼 아이처럼시인이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