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 집 / 백무산이제는 낯익은 사람조차 드문 고향가는 날이 장날이라 장거리 천막 국숫집에서옛 아버지들처럼 한숨이나 쉬고 앉았는데맞은편 국밥집 키가 큰 여자마음 씀씀이 거침없고 몸놀림이 어찌 저리넉넉하고 천연덕스런 보살인가 쇠전 앞길 새로 난 신작로강을 건너야 닿는 중학교 등굣길그 길 다시 넓히느라 판자 담장이 헐린 집안방 아궁이가 큰길에 나앉은 집군용차들이 일으키는 먼지에 언제나 뽀얗던 그 집담이 있던 자리 넝쿨장미가 길에 밟히던 그 집길에 나온 그 아궁이에서 아침밥 차리고동생들 도시락도 담고 개숫물 홱 길에 뿌리다학교 가던 내 교복 바지를 적시던 그 아이초등학교를 같은 반에 다녔지만 두어 살 많았던 그 아이겨울엔 붉은 내복 바지에 여름치마를 입고 오던 그 아이 난 일찍이 세상이 싫어 강둑 풀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