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일기 / 이해인 비오는 날은 촛불을 밝히고 그대에게편지를 쓰네 습관적으로 내리면서도습관적인 것을 거부하며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그대에게 내가 처음으로 쓰고 싶던 사랑의 말도 부드럽고 영롱한 빗방울로 내 가슴에 다시 파문을 일으키네빨랫줄로 매달린 작은 빗방울 하나사라지며 내게 속삭이네혼자만의 기쁨 혼자만의 아픔은소리로 표현하는 순간부터 상처를받게 된다고 늘 잠잠히 있는것이 제일 좋으니 건성으로 듣지 말고 명심하라고 떠나면서 일러주네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 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사랑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