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4301

고독을 아는 사람이 / 용혜원

고독을 아는 사람이 / 용혜원 고독을 아는 사람이사랑을 안다고독하다는 것은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홀로 힘겹게 살아가는 것은 밑 빠진 독에물을 쏟아붓는 것과 같다내 삶도향기 나게 하고 싶다살아갈 이유를 만들고 싶다벽찬 사랑을 해야힘찬 감동을 만들어야행복한 이야기들이 쌓여간다사랑을 하면모든 움직임이 아름다워진다고독하지 않기 위해내 사랑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만들어야 한다

좋은 글 2025.05.13

초여름에 / 돌샘 이길옥

초여름에 / 돌샘 이길옥 누가 그린 것일까.이리 푸른 풍경을그 속에 빠져날개를 퍼덕이는 흰나비 한 마리를. 사시절 둥그런 테두리에서오늘을 대하기에 변함이 없는데나는 나래를 퍼덕이는 나빌까. 신맛 나는 과일을 짓씹으며얼굴을 찡그리는나의 부끄러운 생활 속에다누가 부드러운 손을 흔들었나.향 짙은 꽃을 피웠나. 훅 바람을 일궈놓고수천의 잎을 날리는찔레꽃 향 짙은사랑아.다스한 손으로 모아정을 밑거름한사랑아. 초여름의 풋풋한 수액에서싱싱하게 영그는 젊음의 풍경에서나는 나비로 분신한다.

좋은 글 2025.05.12

꽃 병원 / 정연복

꽃 병원 / 정연복 꽃을 찾아가그 앞에 고요히 서면 웬만한 마음의 병은금방 낫는다. 내 마음속 있는 그대로다 솔직히 보여주고 잠시꽃의 말에 귀 기울이면 참 신기하게도상했던 마음이 치유된다. 삶의 의욕 상실도외로움도 슬픔도 갖가지 걱정 근심도미움도 불평불만도 한순간 눈 녹듯 사라지고마음이 편안해진다. 돈이 없어도바빠서 병원 갈 시간이 없어도 세상의 길을 걷다가아무 데서나 잠시 들르면 되는 참 좋은 병원꽃 병원!

좋은 글 2025.05.11

오월(五月) / 피천득

오월(五月)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오월은 모란의 달이다.​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 같이 보드랍다.​스물 한 살 나이었던 오월,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그러나 시월 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득료애정통고(得了愛情痛苦),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실료애정통고(失了愛情痛苦),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모래 위에 써 놓고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신록을 바라다보면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내 나이를..

좋은 글 2025.05.09

오월의 고향 / 박문희​

오월의 고향 / 박문희​ ​굳어버린 대문의 관절노곤하게 잡고 늘어지는 햇살에견딜 재간이 없어요​나도 몰래복숭아꽃, 살구꽃 불러들여요​소리소문없이 모여든고샅길에 동무들과쑥덕쑥덕노란 콩고물 잔뜩 묻은 줄 모르고해지는 줄 모르고머리 위에 앉은 새치눈 흘기는 줄 모르고​새로 산 옷 다 버려왔다고혼이 날 것만 같아 걱정이에요​동네 어귀 피어난 찔레꽃논 둑길 따라 올해도 지천인 씀바귀꽃저 녀석들 아직도코 묻히고 다니네오월이라 다시푸르러지고 싶었나 보네​수군거림 나 몰라라일일이 안부를 놓고​돌아서 먼 산 바라보니송홧가루 바람에 흩날려눈이 아파요오월이 언제부터 이리 붉었던 걸까요.

좋은 글 2025.05.08

길 밖에서 만난 사람 / 용혜원

길 밖에서 만난 사람 / 용혜원 가야할 길이 아닌길 밖에서 만난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달콤함에 착각을 일으켜은밀한 공간 속에서 애틋하게 파고들어도모든 것은 허상일 뿐유혹에 빠져 들어가는 것입니다거짓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늘 마음을 졸이며 사는 것입니다낭비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기에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후회뿐입니다너 없으면 못살겠다는 말도 한순간뭉게구름 몇 조각마음에 떠 있다 사라지듯지나고 나면 쓴웃음만 남아 있습니다

좋은 글 2025.05.07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돈 헤럴드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돈 헤럴드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번에는더 많은 실수를 져지르리라.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그리고좀 더 바보가 되리라.되도록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좀 더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더 자주 여행을 다니고 더 자주 노을을 보리라.산도 가고 강에서 수영도 즐기리라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콩 요리는 덜 먹으리라.실제 고통은 많이 겪어도 고통을 상상하지는 않으리라.보라. 나는 매순간을 매일 좀 더 뜻깊고 사려 깊게 사는 사람이 되리라.아, 나는 이미 많은 순간들을 마주했으나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런 순간들을 많이 가지리라.그리고 순간을 살되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으리라.먼 나날만 바라보는 대신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리라.지금까지 난 체온계와 보온병,비..

좋은 글 2025.05.06

서로 기대고 사는 인연 / 송정림

서로 기대고 사는 인연 / 송정림 인간인 우리는 많은 사물과 자연에 기대어 살아갑니다.우울한 날에는 하늘에 기대고, 슬픈 날에는 가로등에 기댑니다.기쁜 날에는 나무에 기대고, 부푼 날에는 별에 기댑니다.사랑하면 꽃에 기대고, 이별하면 달에 기댑니다.우리가 기대고 사는 것이 어디 사물과 자연뿐이겠습니까.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에 기대어 살아갑니다.내가 건네는 인사는 타인을 향한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 아닌 타인입니다.나를 울게 하는 사람도 타인, 나를 웃게 하는 사람도 타인입니다.사람이 사람에게 비스듬히 기댄다는 것은 그의 마음에 내 마음이 스며드는 일입니다.그가 슬프면 내 마음에도 슬픔이 번지고, 그가 웃으면 내 마음에도 기쁨이 퍼집니다.서로 서로 기대고 산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인연..

좋은 글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