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4257

봄 / 신이균

봄 / 신이균날씨가 풀리면서들판이 시끄러워지는 것은식물도 저마다 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바위취는 바위취대로 소곤거리고쥐오줌풀은 쥐오줌풀대로 중얼거리고광대수염은 광대수염대로 버벅거리고목소리의 크기도 다르고색깔도 다릅니다만땅속에선 듣는 이가 없어못한 이야기들을바깥에 나온 김에원 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들어보면 별로 중요할 것도 없는사소한 이야기들이지만입 냄새 풍겨가며열심히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좋은 글 2025.03.19

봄비 그의 이름 같은 / 김승동

봄비 그의 이름 같은 / 김승동저렇게가슴이 부풀은 가지사이로촘촘히 내리던 봄비가 있었다 젖은 온돌방 아랫목에서 이불깃을 끌어안고속으로만 그의 이름을 쓰던 ... 우산을 쓴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분주함이란 찾아 볼 수 없는단발머리 같은 봄비가어차피 당도하지 않을 가슴앓이가강을 이루고증류된 생각들이 향기도 없이 빗물에 젖는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었다

좋은 글 2025.03.17

봄비 그의 이름 같은 / 김승동

봄비 그의 이름 같은 / 김승동 저렇게가슴이 부풀은 가지사이로촘촘히 내리던 봄비가 있었다 젖은 온돌방 아랫목에서 이불깃을 끌어안고속으로만 그의 이름을 쓰던 ... 우산을 쓴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분주함이란 찾아 볼 수 없는단발머리 같은 봄비가어차피 당도하지 않을 가슴앓이가강을 이루고증류된 생각들이 향기도 없이 빗물에 젖는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었다

좋은 글 2025.03.16

봄, 그리고 로망스 / (宵火)고은영

봄, 그리고 로망스 / (宵火)고은영어둠 사이로 은근히 울리는그대 목소리엔늘 익숙한 외로움이 묻어 있다외로운 거니? 내가 묻는다앞으로어떤 여유를 가져야 하나생각해요그리고그대가 지난 흔적에도어제는 꽃 비가 내렸다사실 이 봄에꽃들의 웃음과 더불어나는 씩씩하지만그림자는 언제나 쓸쓸하더라그러게 모든 건 찰나이다꽃 비 사이로 그대의 발자국은점점 트릿해져 가는데띄엄띄엄 마지 못해 입을 열던그대의 입술로 목련이 지고벚꽃도 화르르 지고 있다

좋은 글 2025.03.15

따뜻한 봄날 / 김종해

따뜻한 봄날 / 김종해 ​대티고개 너머 구덕산에서아버지가 지게로 지고 오신 나뭇단 꼭대기에진달래꽃이 꽂혀 있다젊은 아버지가 장난삼아 지게 위에 쓴 시(詩)는눈부시고 아름다웠다 어머니는 진달래꽃만 곁에 두고솔가지를 꺾어 아궁이에 넣었다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어머니의 얼굴 위에황홀하고 발그레한 무늬를 수놓았다 시보다 아름다운 무늬가젊은 어머니를 뜨겁게 했다물은 설설 끓고 가마솥 위에 떡시루김은 하얗게 장지문을 적시는데떡은 다 익었다, 떡은 다 익었다, 절구통에 떡 칠 일 빼놓고도젊은 아버지는 할 일이 많으시다따뜻한 봄날 부엌강아지 같은 어린 아들이할 일 많은 아버지 옷깃에자꾸 걸치적거린다

좋은 글 2025.03.14

봄은 왔노라 / 박인환

봄은 왔노라 / 박인환  겨울의 괴로움에 살던 인생은 기다릴 수 있었다마음이 아프고 세월은 가도 우리는 3월을 기다렸노라 사랑은 물결처럼 출렁거리며 인생의 허전한 마음을 슬기로운 태양만이 빛내주노라 戰火에 사라진우리들의 터전에페르스 네즈의 꽃은 피려니'세계가 꿈이 되고 꿈이 세계가 되는'줄기찬 봄은 왔노라 어두운 밤과 같은 고독에서 마음을 슬프게 피로시키던 겨울은울음소리와 함께 그치고단조로운 소녀의 노래와도 같이그립던 평화의 날과도 같이인생의 새로운 봄은 왔노라

좋은 글 2025.03.13

봄에게 / 나태주

봄에게 / 나태주  오려거든곱게 올 일이지,눈썹 그리고곤지 찍고가마 타고 올 일이지,벗은 몸 찬비로 얼리고그것도 모자라흙바람 먼지꽃으로해를 가리고산을 뭉개고강을 흐리며 오는봄이여,진문둥이 눈썹으로 오는봄이여,오려거든 예쁘게꽃 족두리 받들어 쓰고춤추며 올 일이지,노래 부르며 올 일이지,답답한 가슴헛기침하며벙어리 마른 입술로 오는봄이여,우리 나라의봄이여.

좋은 글 2025.03.12

봄이 오는 소리 / 이해인

봄이 오는 소리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너무 걱정하지 말고더욱 기쁘게 명랑하게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유리창을 맑게 닭아하늘과 나무와 연못이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마음에 달고 싶다

좋은 글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