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3951

오월연가 / 김남조

오월연가 / 김남조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버려진 듯 홀로인 창가에서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초록빛 속속들이 잦아든 오월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바람들의 이웃처럼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뜨거운 가슴들을 풀거라외딴 곳 짙은 물빛이어도보이지 않는 밤의 강물처럼감청의 물이랑을 추스르며섧디섧게 불타고 있음은내가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 08:40:02

오월(五月) / 이창대

오월(五月) / 이창대  봄은 수채화 밝고 즐겁네고궁 담장 위에 앉은 저 하늘도자라나는 나뭇가지 저기 그 끝에도신기스럽네 저 색깔은 어쩜그리 예쁠까.들뜨네 마음도 즐겁게얼마나 부드럽게 시간은 오는 것인가.마치 당신이 내 곁에 다가오듯이감미로운 당신의 체취처럼이 훈훈한 식물의 향기.시간이 가져다 주는 것은 조용히마치 당신이 보내 준 화환처럼시간이 전해 주는 것은 은근히당신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하듯이전해 주네 내 기쁨을 가져다 주네.봄날은 수채화 밝고 즐겁네고궁 담장을 끼고 거닐으면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겨질 것같이근지롭고 신기하네 이 기분은.신록 앞에 우리 둘이 마주 서 있으면사람들은 우릴 보고 소근거리네우리 둘이 손잡고 거닐으면사람들은 웃으면서 이야기하네봄은 수채화 밝고 즐겁네고궁에도 신록이 한창이네.

좋은 글 2024.05.02

손학수 5월 / 손학수

손학수 5월 / 손학수 5월은 꿈이다꿈을 심으면희망이 돋아 난다 꿈은 심는데도시기다 있다는 걸 젊음이 다시 오지 않듯한 해의 5월은두 번 오지 않는다 새벽을 달려가면계절의 끝자락에는끔이 영글어져 있고희망이 가슴을 두드린다 인생의5월은 언제이던가바로지금이 아닐까 싶다 궁둥이 툭툭 털고 일어나꿈을 심으러 가자 가을이 언덕 너머에서서성이고 있으니 찔레꽃 향기가온몸을 휘감아무아의 경지로 데려 간다

좋은 글 2024.05.01

김희경 오월 / 김희경

김희경 오월 / 김희경  지금부터는심장만 살게 하자 입은 침묵하고귀는 씻어두고눈은 그윽만 하자 청춘일 땐푸릇한 줄 모르고푸석한 고뇌에 잠겨이 계절을 놓쳤지만 다시 돌아보며 만나는 지금이 오월의 심장은벅찬 신록의 시간푸른 물빛의 시간은근 뭉근 말랑해지는 시간이게 하자 지금부터는심장만 살게 하자 심장 속 쌓아둔 미움, 원망에는초록 지우개심장 속 채워지는 사랑, 행복에는초록빛 연필심장 속 이루지 못했던 꿈자리에는모락모락 피워내는 초록 땀 열정 다시 오월지금부터는장미의 향기 하늘이 담아서붉은 노을과 함께 춤출 때충만을 노래하는 심장만그 심장만 살게 하자

좋은 글 2024.04.30

말뚝망둥어 / 권영하

말뚝망둥어 / 권영하  고무바지 헤집고 올라온 몸으로우리  형은 좌판대를 밀고 간다유행가 울려퍼지고마트에 밀린 시장에도 꿈이 튕겨 오른다형은 다리 없이 다리로 기어간다먼지 낀 콧잔등땀방울은 빛이 나고장바닥을 지느러미로 잰걸음 뛰어간다그을린 팔뚝에는 갯지렁이 꿈틀대고허기진 전대 (纏帶 )에꽃노을이 찾아올 즈음실바람은 비지땀을 닦으며귀가를 재촉한다

좋은 글 2024.04.29

사월은 가고 / 최정원

사월은 가고 / 최정원 삼월의 심술 바람꽃향기 날리는 5월의 봄에활짝 웃고 있습니다흐르는 천변의 버들 강아지초록으로 봄을 이야기하고깍 마른 씨앗들양지바른 곳에 꽃을 피우고이름 모를 풀씨 푸릇푸릇또다시 피어나 꽃들과 함께웃고 있습니다살아 있는 모두가아름다운 꽃이 되어 피어나고연두 빗 사랑으로 곱게꽃밭에 향기가 되어날아 오르고 있습니다

좋은 글 2024.04.28

동행할 수 없는 사월 / 권영안

동행할 수 없는 사월 / 권영안 호젓한 길 전봇대 위에 앉은늙은 까마귀 외로운 까닭을 알 것 같다산은 버거운 듯 푸르게 기울어지고산 목숨들 침묵하는 산 아래나는 너른 들판에 서서동행할 수 없는 사월을 바라보고 있다 푸른 옷 입은 산더미 속얇은 입술 잘금 씹고 있는 진달래한적한 철길가로 무료히 조는 민들레살금살금 잎을 피우는 목련또 그렇게 슬며시 고개를 든 사월을 보고 있다 지워내도 다시 돌아오는 계절죽음의 관 속에 갇힌 채 소리를 잃은 사월무거운 정적 흐르는 거리힘 잃은 한 무더기 봄만 나뒹굴고지금은 살아있어도 지워진 시간일 뿐봄의 전령으로 넘쳐나는 거리엔혼절한 사월만 가득하다

좋은 글 2024.04.27

신록 속에 서서 / 이은상

신록 속에 서서 / 이은상 흙탕물 쏟아져 내리던전쟁의 악몽과 화상여기선 신록조차 눈에 서툴러다른 나라의 풍경화 같네역사의배반자라는낙인찍힌 우리들이기에이 시간에도 온갖 죄악을아편처럼 씹으면서갈수록 비참한 살육의설계도를 그리면서거룩한신록의 계절을모독하는 무리들!그러나 우리들 가슴속에는마르지 않은 희망의 샘줄기어둠의 세기 복판을운하처럼 흐르고 있다기어이이 물줄기 타고 가리라통일과 평화의 저 언덕까지

좋은 글 2024.04.26

4월 / 오세영

4월 /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문득 내다보면4월이 거기 있어라.우르를 우르르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언제 먹구름 개었던가.문득 내다보면푸르게 빛나는 강물,4월은 거기 있어라.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열병의 뜨거운 입술이꽃잎으로 벙그는 4월.눈뜨면 문득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돌아보면 문득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좋은 글 2024.04.25

기울어진 4월이 아프다 / 오혜정

기울어진 4월이 아프다 / 오혜정 4월은 자꾸 왼쪽으로 기울었다수분기 없는 침묵이 수평선 아래로뿌리를 내린다나의 말들은 빛의 방향으로 자라나지 못하고점점 말라갔다봄은 정차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계절을 잃은 4월은 운율을 잃는다수분을 빼앗긴 기억들이, 템포 없이 멈춘 하루가바짝 시들어간다나의 봄은 안구건조증을 앓는다 아팠던 계절을 적는다상처 입은 풍경들이비로 내린다4월의 그늘을 적시는 이야기들기울어진 내 그림자의 왼쪽 다리가 저리다 피어나지 못한 우리의 문장들이계절의 길목에서 봄의 방향으로 구부러진다바람의 날갯짓이봄의 몸짓이었으면 한다 304송이의 꽃들이 노란 날개를 단다

좋은 글 202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