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 돌샘 이길옥
누가 그린 것일까.
이리 푸른 풍경을
그 속에 빠져
날개를 퍼덕이는 흰나비 한 마리를.
사시절 둥그런 테두리에서
오늘을 대하기에 변함이 없는데
나는 나래를 퍼덕이는 나빌까.
신맛 나는 과일을 짓씹으며
얼굴을 찡그리는
나의 부끄러운 생활 속에다
누가 부드러운 손을 흔들었나.
향 짙은 꽃을 피웠나.
훅 바람을 일궈놓고
수천의 잎을 날리는
찔레꽃 향 짙은
사랑아.
다스한 손으로 모아
정을 밑거름한
사랑아.
초여름의 풋풋한 수액에서
싱싱하게 영그는 젊음의 풍경에서
나는 나비로 분신한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여름 장미 앞에서 / 김덕성 (0) | 2025.05.14 |
---|---|
고독을 아는 사람이 / 용혜원 (0) | 2025.05.13 |
꽃 병원 / 정연복 (0) | 2025.05.11 |
비 오는 날의 풍경 / 정연복 (0) | 2025.05.10 |
오월(五月) / 피천득 (0) | 2025.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