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歸 / 김지하 못 돌아가리 한번 딛어 여기 잠들면 육신 깊이 내린 잠 저 잠의 저 하얀 방 저 밑 모를 어지러움 못 돌아가리 일어섰다도 벽 위의 붉은 피 옛 비명들처럼 소스라쳐 소스라쳐 일어섰다도 한번 잠들고 나면 끝끝내 아아 거친 길 나그네로 두번 다시는 굽 높은 발자국소리 밤새워 천장 위를 거니는 곳 보이지 않는 얼굴들 손들 몸짓들 소리쳐 웃어대는 저 방 저 하얀 방 저 밑 모를 어지러움 뽑혀나가는 손톱의 아픔으로 눈을 흡뜨고 찢어지는 살덩이로나 외쳐 행여는 여윈 넋 홀로 살아 길 위에 설까 덧없이 덧없이 스러져간 벗들 잠들어 수치에 덮여 잠들어서 덧없이 한때는 미소짓던 한때는 울부짖던 좋았던 벗들 아아 못 돌아가리 못 돌아가리 저 방에 잠이 들면 시퍼렇게 시퍼렇게 미쳐 몸부림치지 않으면 다시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