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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歸 / 김지하

덕 산 2022. 5. 8. 18:42

 

 

 

 

 

不歸 / 김지하

 

 

못 돌아가리

한번 딛어 여기 잠들면

육신 깊이 내린 잠

저 잠의 저 하얀 방 저 밑 모를 어지러움

 

못 돌아가리

일어섰다도

벽 위의 붉은 피 옛 비명들처럼

소스라쳐 소스라쳐 일어섰다도 한번

잠들고 나면 끝끝내

아아 거친 길

나그네로 두번 다시는

 

굽 높은 발자국소리 밤새워

천장 위를 거니는 곳

보이지 않는 얼굴들 손들 몸짓들

소리쳐 웃어대는 저 방

저 하얀 방 저 밑 모를 어지러움

 

 

 

 

 

 

 

뽑혀나가는 손톱의 아픔으로 눈을 흡뜨고

찢어지는 살덩이로나 외쳐 행여는

여윈 넋 홀로 살아

길 위에 설까

 

덧없이

덧없이 스러져간 벗들

잠들어 수치에 덮여 잠들어서 덧없이

한때는 미소짓던

한때는 울부짖던

좋았던 벗들

 

아아 못 돌아가리 못 돌아가리

저 방에 잠이 들면

시퍼렇게 시퍼렇게

미쳐 몸부림치지 않으면 다시는

바람 부는 거친 길

내 형제와

나그네로 두번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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