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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발톱을 깎으며 / 유강희

덕 산 2016. 6. 15. 13:01

 

 

 

 

 

 

 

 

 

어머니 발톱을 깎으며 

                      - 유 강 희 -

 

 

햇빛도 뼛속까지 환한 봄날

마루에 앉아 어머니 발톱을 깎는다

 

아가처럼 좋아서

나에게 온전히 발을 맡기고 있는

저 낯선 짐승을 대체 무어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싸전다리 남부시장에서

천 원 주고 산 아이들 로봇 신발

구멍 난 그걸 아직도 신고 다니는

알처럼 쪼그라든 어머니의 작은 발

 

 

 

 

 

 

그러나

짜개지고. 터지고, 뭉툭해지고, 굽은

발톱들이 너무도 가볍게

, , 튀어 멀리 날아 갈 때마다

나는 화가 난다

봄이라서 더욱 화가 난다

 

저 왱왱거리는 발톱으로

한 평생 새끼들 입에 물어 날랐을

그 뜨건 밥알들 생각하면

그걸 철없이 받아 삼킨 날들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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