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발톱을 깎으며
- 유 강 희 -
햇빛도 뼛속까지 환한 봄날
마루에 앉아 어머니 발톱을 깎는다
아가처럼 좋아서
나에게 온전히 발을 맡기고 있는
저 낯선 짐승을 대체 무어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싸전다리 남부시장에서
천 원 주고 산 아이들 로봇 신발
구멍 난 그걸 아직도 신고 다니는
알처럼 쪼그라든 어머니의 작은 발
그러나
짜개지고. 터지고, 뭉툭해지고, 굽은
발톱들이 너무도 가볍게
툭, 툭, 튀어 멀리 날아 갈 때마다
나는 화가 난다
봄이라서 더욱 화가 난다
저 왱왱거리는 발톱으로
한 평생 새끼들 입에 물어 날랐을
그 뜨건 밥알들 생각하면
그걸 철없이 받아 삼킨 날들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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