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쏠려있다, 바늘꽃 / 이향숙

덕 산 2021. 10. 7. 10:00

 

 

 

 

 

쏠려있다, 바늘꽃

                - 이 향 숙 -

 

 

툭하며 줄기 몇 대가 끊어지고

곷대가 맥없이 스러졌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밥풀떼기 같은 꽃

다닥다닥 붙어 있는 분홍 꽃들이

마냥 위안이었는데

 

지난 밤 통째로 빠져나온

비바람이 서릿발로 꽂혔다

머리 풀어 헤치고 속으로 울고 있는지

오른편으로 쏠려 휘어진 더미

모양새 잡아 준다고 감아쥐고

왼편으로 모두 돌렸다

 

며칠 째 받지 않는 전화

오른쪽으로 가 있는 마음을 왼쪽으로 돌리라 했다

손대지 말아야 할 마음결에 잔금이 갔다

꽃 더미도 바람에 마구 쏠려 가는데

도무지 어디로 갈지 몰라

잠시 흔들리는 네 애잔함 미처 읽어 내지 못했다

미안하다

 

명랑하고 봉긋한 구름송이 같은 여린 그 마음

채 덜 익은 마음 줄기 몇 마디가

끊어지고 부서진 거다

아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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