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자르다
- 이 향 숙 -
손톱의 중간을 베었다
머리를 묶을 때 머리카락이 끼고
니트 옷을 입을 때마다 실오라기를 당긴다
보풀처럼 거추장스러운 손톱
그렇다고 통째로 뺄 수는 없다
기다리는 것이다
묵묵히
시간이 지나면 손톱이 자라고
베어진 상처는 점점 위로 밀려 올라와
손톱 끝의 살 언덕과 같은 높이로 자랄 때
그 때 비로소 반듯하게 자르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손톱 끝의 남은 흉터,
굴곡의 무늬를 보며 잊어 보는 것이다
늘 마음에 부대끼고 거추장스러운 아픈 것
떼어 낼 수도 없이 착 달라 붙어 있는 것
때론 모른 척 무심한 척 넘겨 주면
되는 것이다
베어진 손톱을 기다려 주듯
아픈 곳에 새살 돋듯
차츰
잊히는 것을 선물처럼 가져다 줄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잠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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