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손톱을 자르다 / 이향숙

덕 산 2021. 10. 13. 09:03

 

 

 

 

 

손톱을 자르다

               - 이 향 숙 -

 

 

손톱의 중간을 베었다

머리를 묶을 때 머리카락이 끼고

니트 옷을 입을 때마다 실오라기를 당긴다

보풀처럼 거추장스러운 손톱

그렇다고 통째로 뺄 수는 없다

 

기다리는 것이다

묵묵히

 

시간이 지나면 손톱이 자라고

베어진 상처는 점점 위로 밀려 올라와

손톱 끝의 살 언덕과 같은 높이로 자랄 때

그 때 비로소 반듯하게 자르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손톱 끝의 남은 흉터,

굴곡의 무늬를 보며 잊어 보는 것이다

 

늘 마음에 부대끼고 거추장스러운 아픈 것

떼어 낼 수도 없이 착 달라 붙어 있는 것

때론 모른 척 무심한 척 넘겨 주면

되는 것이다

 

베어진 손톱을 기다려 주듯

아픈 곳에 새살 돋듯

차츰

잊히는 것을 선물처럼 가져다 줄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잠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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