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와 고양이
- 이 향 숙 -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라고 하길래
사는 게 왜 다 그래야 해 하고 되묻다가
나는 담쟁이처럼 기를 쓰고 벽을 넘느라 마침내
붉어지고 나는 철 못 드는 고양이처럼 꼬리를 둥글게
말고 낭창하게 본다
꼭 앞으로만 가야 길이 아니야
옆도 보고 뒤도 봐야 피는 꽃 지는 꽃 시든 꽃
아픈 꽃 다 보이지
꽃피다 지고 잎 피다 다시 진 마디로
그늘이 자꾸 길어지는 만큼
나를 빌리고 너를 깊숙이 빌려 쓴 것
철지난 마른 빈 가지에
다시 눈송이 소복 쌓여 하얀 꽃 뭉글 피어나면
사는 건 이런 거구나 그 때야 말 할런지도
퍼붓다 스러질 눈이 한 시절 애증처럼
못내 엉겨 붙어
추운 뿌리 갈래갈래 적시며
가난한 몸
서로 내어주며 함께 흘렀다는 걸
'이향숙 시인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쏠려있다, 바늘꽃 / 이향숙 (0) | 2021.10.07 |
---|---|
기사문항 / 이향숙 (0) | 2021.10.01 |
등이 굽는 꽃 / 이향숙 (0) | 2021.09.26 |
농담 / 이향숙 (0) | 2021.09.25 |
사라진 집 / 이향숙 (0) | 2021.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