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부추꽃 / 이향숙

덕 산 2021. 10. 14. 11:52

 

 

 

 

 

부추꽃 / 이향숙

 

 

빛이 사라지면 환히 볼 수 있는

달빛을 모셔온 목화송이처럼 홀로 환한 꽃

손 시린 찬별을 꾹꾹 눌러 와서

송이마다 따뜻이 꽂아 둔 꽃

 

그늘 깊은 뒤뜰에서 버텨 주며

긴 밤 홀로 견디는

괜찮다 고맙다 애써 참아내는 꽃

 

올 겨울은 제발 아프면 안 돼, 정신 똑똑히 차려야 돼

그래 그러마, 너 안 힘들게 할게

냉정하게 말해도 서운 하다 안하고

흔들리지 않는 척 꼿꼿이 버텨 주는 꽃

 

잠 안오는 한밤중에 문득 내다 본

엄마같은 꽃,

생각하면 자꾸 눈물 나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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