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항 / 이향숙
밀려 나온 들썩임이 가득하다
견뎌내다 한 번 씩 저렇게 속 뒤집어 보는 건
고단한 눈을 잠시 파도에 매어 다는 시간
한 방향을 뚫어져라 보는 갈매기처럼
파도의 무늬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
둥글고 높은 곡선으로 겹겹을 꽃 피울 때
그 때
사뿐히 올라타야지
구름처럼 가볍게, 서핑
어디선가 본 듯한 저 끝없는 파랑은 언제 적
내 얼굴입니까?
마음을 뜯어 낸 생채기는 제발 그만 들여다보기
파도를 탄다 행복을 탄다
다시 한 번 날아오르자, 서핑
말갛고 비릿한 속을 풀어
쓱쓱 비빈다 물회 한 그릇에
잘 견디지 마
지금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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