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604

소망 / 淸草배창호

소망 / 淸草배창호먼동이 이슥히 깰 무렵이면밤새 찬 서리 농단으로 바람조차꽁꽁 옹이가 되었어도새날을 향한 쉴 새 없는 생각의 갈래들동녘의 지평이 활화산처럼 덩그렇다엄동은 뼛속까지 오그라들게 하고송곳니처럼 악문 서리 낀 빗금의 창도해 오름이면 이내 사그라질 무늬도 없고 실체도 없는 성에의 일생일 뿐인데야속해도 놓고 가는 건 세월의 흔적들일 뿐,그슬릴 수 없는 강물이 되었다타오르는 빛살을 보고 있노라니풍진세상風塵世上도 세상사 이치인 것을,강물이 바다를 바라기 하듯이고요한 평정을 마다하는나락에 함몰되지는 말아야지마음의 벽만큼 두꺼운 것도 없고허물어지지 않는 벽 또한 없는 것이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말! / 淸草배창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말! / 淸草배창호감사합니다사랑 합니다,당신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당신을 만나 사랑하고幸福해 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당신을 만나이제는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그 말에 감사하며,이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人生여정에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당신을 만나 감사합니다그리고 사랑합니다

눈보라의 전음傳音 / 淸草배창호

눈보라의 전음傳音 / 淸草배창호낮달이 푸념을 늘어놓은 것인지무슨 사연이 그토록 밤낮도 잊었든가일순, 진눈깨비의 강과 바다를 밀어내치는 온통 모순의 잿빛투성이다풍향을 되돌리려는 과녁의 조류는,앞뒤도 없이 호도하는 단면을 보니이미 사선을 넘고 바닥의 민낯까지,곡절의 시시비비조차 삼켰다게눈감추듯 무엇을 저질렀는지도 모른 체냅다 움켜쥔 속내를 보라!뒷걸음치지 않는 시간 앞에 취기의 망상에도싸리비 내리듯 사분오열四分五裂하는 취설吹雪,마중물로 다가올 기대치라 한다지만켜켜이 쌓아 올린 얼마저   뿌리조차 흔들리는 회한의 멀거둥이는바람이 전하는 속내를 얼마나 알고나 있을까.

돛帆과 바람 / 淸草배창호

돛帆과 바람 / 淸草배창호한 줌 볕이라도 붙잡고 싶었지만보채고 달랜다고 될 일도 아닌데찰지게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엄동이오슬오슬 오한이 들었다온통 하얗게 성곽을 이룬 서리의 콧대를지르밟는 아침의 소리,훨훨 벗어버린 나목이야소름 돋는 신세를 면치 못했어도산 꼭지에 내민 오름 볕이날 선 고드름조차 다독인다행간마다 번지르르한 호시탐탐염치조차 깡그리 뭉갠 냉소의 잔상이지만,어느 하나에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시방이 있기까지 파란만장한 포물선을 그었다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영원한 반려는 없다 하는데도허황한 한낱 꿈에 불과한 탐욕에 빠져모든 걸 잃고 만다는 걸 왜 몰랐든가천금 같은 오늘도 내일이면 가고 없는 것바람이 야속하다는 돛의 푸념이

화통의 폭주 / 淸草배창호

화통의 폭주 / 淸草배창호긴긴 불볕이 끓어 올라 포효한 뒤끝에 계절의 감각마저 낯설게 한 이상 전선에 첫눈이,눈사태를 이룬 산천초목의 아비규환 삽시간에 아연실색한 원성만 통곡한다 진중하게 쌓은 옛것을 허물어버린숙주가, 발효에는 충족이 필수이건만 함량 미달의  뜸 띄우기에서부터 기대치를 벗어난 분수가동분서주 역주행에 취해버린 자아도취가 다반사,아우성이 줄을 이루고 있는데도바람에 누워버린 억새밭 갈잎처럼천지도 분간 못한 세상의 단면을 고스란히 무리를 이룬 이해 상관의 곳간마다양면의 본성은 확연히 불의 고리가 되었다범생인 줄 연연해하다가되돌릴 수 없는 생경을 흔적으로 남겼어도날로 광장의 함성이 천지를 진동해비바람이 억척스럽게 쓸고 간 자리에도살아남기를 바라는 오늘도 해는 솟는다.

저물녘 내리는 이 비는 / 淸草배창호

저물녘 내리는 이 비는 / 淸草배창호 가시라는 가랑비가 내립니다저물녘을 적시는 이 비는산자락 단풍 물결의 풍치마저  바람이 휘젓는 낙숫물처럼가랑잎으로 달랑이는 저 한 잎마저이미 이별을 예감하고 있듯이해 저문 어스름 길에 들고 보니처연한 애끓음 차마 어이하랴꿈에 부풀었던 한 소절素節도상고대 핀 입동立冬에 닿아갈밭 억새꽃도 한때인 것을,오늘이 뒤안길로 마침표 찍을 때어제의 누군가는 옛사랑이 되었습니다가랑가랑 추적이는 이 비처럼못 잊어, 못내 떠나보내야만 하는부슬부슬 소슬한 눈물샘이 되었습니다

山菊, 저문 가을에 / 淸草배창호

山菊, 저문 가을에 / 淸草배창호  서늘한 한기가 삭신에 닿는 새벽녘,뿔뿔이 맺힌 이슬을 붙들고 있는 노란 꽃 머리에 서리가 하얀 상투로 앉았다입동의 문턱에서 뒤안길로 향하는 만추,관조에 든 시절 인연이 파동치는데도밤새 어엿이 운을 띄운 고즈넉이시구詩句로 재탄생한 볼수록 빼어난 네,실금처럼 처연히 스며든 山菊의 향기는상고대 핀 도도한 시린 날밤도하시라도 품고만 있었으니묵묵한 세월 쉬이 물리지도 않았을까,어찌 흠모로 빚지 않을까마는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고 나눔이라는데늘 입에 달고 사는 지겹게도 가랑가랑눈에 콩깍지 씌었는지 모르겠다

억새 평전平田 / 淸草배창호

억새 평전平田 / 淸草배창호 산 능선, 은빛 모래톱이 출렁인다깊어지는 가을 찬 서리에 가슴 졸이는 독백獨白의 날밤이지만이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니바람에 내맡긴 하얀 꽃무릇,신들린 나부낌이 슬프도록 찬연하다생을 다한다는 건 지극히 슬픈 일이지만억새다운 윤회輪廻의 쳇바퀴인걸림 없는 인연의 끝이라 해도검붉게 여물은 호시절에서 빚은그윽하고 선선한 달빛을 마시는맑고 서늘함은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하마 바람도 따라갈 수 없는 집착조차털어낸 이내 대궁으로 사위어 가면서도발자국조차 읽을 수 없는 홀씨 된 마음,기약 없는 먼 훗날을 뒤 남기고눈꽃으로 핀 그리움일랑 바람에 띄웠으니그래도 눈이 부시도록 저문 가을아!

구절초 / 淸草배창호

구절초 / 淸草배창호소슬바람이 한 소절씩 지나칠 때면취하도록 깊은 울림이라서이 한철만의 산야에는 그윽한 운치가산자락에 눈만 흘겨도 지천으로잔잔히 늘어놓고 있습니다가히 절색은 아닌데도 입동을 지척에 둔오롯이 상강霜降의 찬 이슬 머금은 채티 내지 않아도 차마 삼킬 수 없는고즈넉한 만추滿秋의 사색으로 아낌없이 품은 그리움을 놓고 있는 구절초! 붉게 물든 낙조에 눈시울 붉힌 행간마다   엄니의 여민 하얀 옷고름처럼눈길 닿는 곳마다 흉금 없는 회포를 풀어넘치도록 아련하기만 한 연민의 자태여!갈바람에 이내 떠나갈 사랑이라도  천혜天惠의 꽃머리, 애틋하고도 곱습니다

아름다운 만추晩秋 / 淸草배창호

아름다운 만추晩秋 / 淸草배창호   돌 개천 상강霜降을 타고 서정抒情을 펼치는산자락에 밤새 무서리 하얗게 내려앉아눈부신 날이 엊그제 같았는데처연한 결 따라 홀로 저문 가을아!차마 내칠 수 없는 그리움을 어찌하라고울림 없는 메아리가 되었어도 깊어지는 가을을 그대로 빼닮은 듯이기러기 울 어에는 만추晩秋로 기울 때면이슥해 가는 눈길 닿는 곳마다  산은 불타는 노을로 화답하고 있건만강둑에 나앉아 공허한 가슴을 쓸어내리는신열로 사윈 애수에 젖은 억새의 독백이,스산한 솔바람에 숨비소리 쏟아내듯영원한 것은 없다고 읊조리는찬미讚美의 가을 앓이조차도 닿을 수 없는저버릴 수 없는 곡절의 까닭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