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549

송홧가루 / 淸草배창호

송홧가루 / 淸草배창호허허롭다는 하늘 낯빛마저오차 없는 동상이몽의 겉치레에 떠밀린  초록 비에 동색이라며 넘나든 오월은  봇물 토해내듯 분망하기 이를 데 없지만쉬이 변할 수 없는 쳇바퀴에 깊이 빠졌다해묵은 달콤함에 젖어있는 중독은  날로 신문물 폭죽 시대의 변천에도 들불처럼 일고 있는 소용돌이 정쟁을 혜안의 내일이 없는 양극의 질곡에 갇혀바닥난 분별의 끝은 어디쯤일까?신들린 듯 상실에 길들여진 면벽은 상투적 허방의 저문 하늘가에송홧가루, 안개처럼 바람에 밀려와소통이라고 마구 노랗게 덮으려 하는지두고 볼 일이다 신록이 자리 잡을 때까지!

바람벽壁의 절규 / 淸草배창호

바람벽壁의 절규 / 淸草배창호경계를 넘나드는 지구촌에는이념의 갈등으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줄타기로 사선을 갉아먹고 있는데도해빙의 무드를 향한 구심점求心點을 잃어호시탐탐 기회주의가 들불처럼 번지는  모래바람의 황야에 사상누각을 쌓고 있다그믐밤 같은 음습한 변이가 요동치는 칠흑의 변고가 실타래처럼 얽혔어도반목에만 치우쳐 치유의 기회조차 상실했다곤할 때는 타고 난 근성의 온누리 별처럼 슬기롭게 쪽빛을 나눌 줄 알았는데갈라치기가 고착화된 척박한 토양이 슬프다외눈박이로 빗장을 치지 않았다면철썩이는 파도의 이력만큼이나포말의 가공에 모나지 않았을 테지만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라면 어땠을까,  조류潮流에 떠밀린 바람벽의 침묵만 오롯이마디마디 불거진 옹이가 되었을 줄이야.

이화梨花가 필 때 / 淸草배창호

이화梨花가 필 때 / 淸草배창호 풀물 오른 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시작의 끝도 없이 생경의 투시도에 사월의 소나기가 퍼붓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무리에 혼돈의 봄날이란다 무지갯빛 청사진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천둥이 후려쳐도 봄날은 눈부시건만 전언이 매몰된 아지랑이만 넘쳐나는 격변의 언덕배기에 사월의 노래엔 쓰디쓴 독배의 잔을 들고 있음이랴, 봄이 그리고자 하는 꿈은 그저 소소하고 담대하건만 찬연한 빛과 소금 같은 세상 밖 그림자에서 만남이 있는 봄날에 위안을 두려 탄성을 쏟아내는 물보라 같은 봄빛에서 백옥같이 그윽한 네게 연모戀慕를 느낍니다

꽃비 / 淸草배창호

꽃비 /淸草배창호 벚꽃이 흐드러진 봄날이 눈이 시려도 내 안에 소복한 임의 인기척에 설렘은 온통 호수에 잠긴 달빛같이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고 환희가 짧은 긴긴 이별을 예감한 바람에 덧없이 변해버린 꽃비의 뒤안길, 이별의 정한情恨을 지척에 둔 눌러앉은 이내 봄 꿈에 불과한 것을 걸림도 없고 애달파할 것도 없는데 놓지 못하는 애끓음을 어 이하리야, 초연하리만큼 열흘이면 지고 말 절기에서 망막 넘어 놓고 가는 회귀回歸의 가시리잇고 가슴앓이마저 홀연히 즈려밟고 갈 고혹한 환송이 눈시울에 맺힌 남은 그리움의 고적을 차마 어찌하라고 네, 알고나 떠났을까

四月에 핀 하얀 목련 / 淸草배창호

四月에 핀 하얀 목련 / 淸草배창호 하얀 목련이 피는 四月의 달달한 꽃 속엔 눈처럼 가녀린 선망羨望이 손에 잡힐 듯 어루만져주는 서정抒情의 봄비마저 소박한 아취가 진국처럼 우러나는 망울이 터질 때면 살 내음 나는 그리움, 산 뻐꾹새 울음소리에 섞여 혀를 내밀며 안개처럼 보얗게 내려앉은 언덕배기에 긴 기다림에 가려둔 속 뜰을 피우듯 따스한 기억들이 스며들 대로 밀어 올린 첨삭할 수 없는 망막 속의 눈시울만 바르르 하얀 미소가 눈부신 꽃비 내리는 어느날, 촉촉한 입술에 입맞춤하고 싶은 자지러지게 생각나는 그리움아! 꽃잎은 빈 가슴에 눈물처럼 떨구는데 어찌 잊으라고만 하는가, 슬픈 그대 뒷모습을

진달래 / 淸草배창호

진달래 / 淸草배창호 산등성마다 화염의 바다를 이룬 四月의 사랑이 기다리는 박동 소리에 이내 쏟아질 초록의 마중물로 산허리를 휘감는 봄날의 메아리가 목련의 치맛자락만 펼치는 줄 알았는데 꿈의 선율처럼 만산滿山에 일고 있는 봄눈 녹이듯 진홍빛 연서가 춘정을 빚어 고향 툇마루에 앉아 있는 누이를 닮아 넘치도록 채워도 아깝지 않은 눈길 닿는 곳마다 성냥불 같은 꽃노을이 인다 상춘의 한 때가 절창이라 한다지만 갈길 급한 봄날은 머무름이 짧아 들쑤시는 봄이 차고도 매운데 사랑에 빠져 심장까지 개봉하는 속물이래도 아서라, 참꽃술이라도 빚어 즈려밟고 가는 해라도 붙들어 볼까.

민들레 / 淸草배창호

민들레 / 淸草배창호 한 줌 햇살에도 감지덕지했을까 초록이 운을 띄워 깃털을 펼쳤다 대지의 경이로운 봄은 오래 머물지 못한대도 철철이 윤회輪廻의 쳇바퀴가 있었기에 보드블럭 틈새에서 밀어 올린 감동을 어이 바람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실어 나르는 대로 길라잡이 된 홀씨로 이미 귀화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토속적인 억척에 탄사가 절로 난다 때 되면 황무지에도 꽃이 핀다는 바람이 전하는 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딱히 머무를 곳 없어도 이무럽게 다가와 본연本然의 결대로 촉촉한 봄날을 다하였으니 타향살이 애환의 설움도 사노라면 윤슬 같이 반짝일 날 있을 터이니

목련화 / 淸草배창호

목련화 / 淸草배창호 봄날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임의 품인 줄만 알았습니다 바르르 눈시울을 젖게 하는 마파람이 일어도 쑥대궁에 풀물은 하루가 다르게 번졌습니다 미망迷妄을 헤매도 낯설지 않은 까닭은 좋은 한 때를 아낌없이 품은 네, 가슴앓이조차 참고 기다림에 달빛이 서려 있는 처연한 목련화가 피기 때문입니다 밤새 빙점으로 차곡히 쌓인 꽃자리마다 먼 길 떠나는 멍울진 애달픔이 추적일 텐데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강이 되었어도 짧은 봄날을 어쩌자고, 시름조차 기약 없는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딱, 사랑이 그만치인 것을!

춘분(春分) 節에서 / 淸草배창호

춘분(春分) 節에서 / 淸草배창호 새벽녘, 빗소리에 하마 놓칠세라 실눈 뜬 채 버선발로 반길 때 황량한 벌판에 쏟아놓은 새싹의 잉태로 천남성꽃 닮은 바다는 어떤 빛깔일까, 그리움이 있는 봄을 꿈꿔왔던 바람의 옹알이가 가시처럼 목에 걸려 어깃장 놓는 꽃샘이 한 치 앞을 몰라도 남풍이 불 적마다 잊은 듯 망울울 틔웠다 암울한 동토(凍土)의 병폐에 주눅 들지 않고 까칠한 소소리바람의 엇박자에서도 외면하지 않으려 풍미(風靡)를 딛고서 닻을 올리는 봄철의 바람몰이는 축복이고 환희다 춘삼월에서 하늑이는 꽃이리에 가지 끝 봄바람의 들끓는 탄성은 곳곳에서 화답하는 춘분(春分) 절節의 열망이, 오직 일기일회(一期一會) 앞만 보는 인연을 지었다

봄비 / 淸草배창호

봄비 / 淸草배창호 하마 오시려나, 이슬비 시야를 가린 체 서둘러 가야 할 집이 없어 나앉은 강둑, 망막 넘어 외진 기억의 언덕에 피다 만 설은 망울의 애달픈 마음을 알기나 할까요 기별의 언약은 없었지만 새벽녘, 외따로이 추적이는 빗방울 소리에 지문처럼 문드러진 실낱같은 질펀한 방랑의 세월이 한없이 흐르는 강물 되어 저 아득한 깊은 낭처럼 건널 수 없는 비바람 속 그리움으로 변해버린 도요桃夭속으로 누가 널 밀어 넣었는지, 때 되면 하시도 저버리지 아니한 봄비 되어 오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