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 淸草배창호 삭막한 동토凍土의 황량한 기슭마다 마른 거죽으로 변해버린 산하의 들녘은 휑하도록 스산한데도 벌판을 쓸고 온 바람처럼 황톳빛 먼지가 일어도 낯설지 않아 겨우살이가 혹독하다는 건 새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낙엽 교목만 즐비한 산등성에 잎이 진 마른자리마다 골바람에 바스락대는 가랑잎에 뿔뿔이 맺힌 이슬로 내리 젖 물리듯 품어 안는 겨울비! 허허롭다는 말에 의미를 두지 않았어도 시몬, 의 낙엽 밟는 소리마저 일깨우는 싸락눈 내리듯 스밈으로 와닿는 빗소리! 작은 스침조차 촛불 같은 생기를 불어넣는 겨울비는 사랑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