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549

가절佳節의 봄 / 淸草배창호

가절佳節의 봄 / 淸草배창호 봄눈을 쓰고 선 마른 갈대궁, 겨우내 설련화雪蓮花의 마중물로 기다림이 있는 삼월은 춘몽春夢의 달달한 꽃바람이 이는데도 설은 망울조차 얼어붙게 하는 꽃샘의 억하심을 어이하리야 침잠沈潛에서 깨어난 설렘의 가지마다 발그스레 수줍은 유두 빛 꽃망울, 봄비에 깍지가 씌었는지 하시도 저버리지 않은 초롱 같은 언약이 파르르 떨림으로 요동치는 비단 꽃길의 꽃이리 봄맞이에 오직 비빌 언덕 하나만 믿고 떨쳐버릴 수 없는 진통 또한 四月 상춘常春의 환대가 있기에 변하지 않고는 지킬 수 없는 하루가 다르게 들떠있는 눈부심에 입맞춤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봄나들이 / 淸草배창호

봄나들이 / 淸草배창호 늘, 이맘때면 봄이 저만치 꽃샘의 시기가 곤혹스럽지만 생기가 넘쳐나는 밀당으로 남쪽 가지마다 부풀어 오르는 미혹迷惑이 초례를 치르는 봄빛입니다 살얼음을 딛는 꽃망울의 바람몰이라서 늘, 꿈꾸어 왔던 봄의 진통에는 만남이 있는 감각의 행간마다 징검다리로 온 탄성의 어휘는 까치발로 하마하마 와 닿고 있습니다 또 비가 오고 은유의 능력이 쉴 새 없이 깨어나는 눈 뜨임으로 고난의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쉬이 넘볼 수 없게 자리매김한 미풍微風이 일고 있는 첫나들이입니다

산수유의 봄 / 淸草배창호

산수유의 봄 / 淸草배창호 빈 가슴, 휑한 소리만 듣다가 속앓이로 덕지덕지 튼 수간樹幹마다 돌각담 기어오르는 봄 햇살에 은혜를 입어 가려둔 속뜰을 피우듯 밀물처럼 풀어헤친 노란 꽃별의 전사들 이른 봄 소소리바람이 이는데도 봄비 소리에 또록또록 꽃눈을 뜨고 먹물 번지듯 하마 기다린 그리움이 설움 삭힌 살가운 설레발로 서정抒精의 봄볕을 파고들었다 한겨울 눈발도 강단으로 견딘 촉촉한 설렘을 저버리지 아니하였으니 고아한 정취를 그루터기로 밀어 올린 상춘賞春의 풀물 오른 봄, 꽃잎마저 경이로운 생명의 봄날이여!

세한歲寒을 보내면서 / 淸草배창호

세한歲寒을 보내면서 / 淸草배창호 매화의 망울이 터질듯한 雨水인데도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한겨울의 모난 서릿발에서 머물 때는 몰랐지만 연륜의 쳇바퀴에 선 성성星星한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할까, 간밤에 울 어에는 문풍지처럼 마지막 잎새마저 훨훨 던져버린 세월의 탓을 보고 있으면 황량한 벌판, 바람 앞에 쓰러진 억새의 슬픈 사랑을 알 것만 같은데 창호에 밤새 훑이고 간 정적만 칼바람 부는 네 생애 속에 수런수런 내려앉은 송곳니 같은 미련이 강물처럼 되돌아올 수 없는 옹이가 된 애착만 나이테처럼 쌓이건만 툇마루에 내리쬘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

복수초福壽草 피는 2월에는 / 淸草배창호

복수초福壽草 피는 2월에는 / 淸草배창호 간밤, 까치발로 다가선 봄비에 복수초 피는 봄의 서막을 울리면서 소소리바람에도 이무럽게 다가와 깊어져 가는 사랑과 그리움으로 관성의 먹먹한 빈 가슴 채운다는 건 엎치락뒤치락 넘나드는 엄동의 밤을 눈 속, 기슭에 가랑잎 파르르 헤집고서 고요하고 맑은 아득한 태곳적 온기를 저버릴 수 없는 도도한 물결로 서려 붙은 고진감래를 덧없이 펼치건만 풍미風靡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네 속에 해빙解氷의 호젓한 상생의 판놀음으로 눈부신 봄의 시작이 되고 싶은데도 겉 속이 따로 노는, 위선의 찬 바람 치는 언로言路처럼 목쉰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쉬이 닿을 수 없는 거칠은 들녘이런가

삼동三冬과 立春의 피아간 / 淸草배창호

삼동三冬과 立春의 피아간 / 淸草배창호 복수초 피는 立春을 버선발로 마중하면서 삭정이의 때늦은 숨비소리 같은 순백의 봄눈 뒤집어쓴 상고대, 소소리바람에 봄동 절이듯 지문처럼 새겨지는 빈 가슴 이는데도 간밤에 까치발로 다가선 봄비가 고난의 연속인 삼동三冬의 밤을 파르르 눈 뜨임을 빚어낼 수 있는 낭에 핀 한 떨기 꽃처럼, 서성거린 행간의 봄 꿈을 향해 주고 가는 섶의 스산한 소리가 이슬로 맺혀 하얀 시공을 덧없이 펼치는 네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하게 녹일 수 있는 애모愛慕의 겨울이 되고 싶지만, 꽁꽁 여민 쳇바퀴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위선처럼 차지만 긴긴 동지섣달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가슴으로 쉬이 닿을 수 없는 것인가

삼동三冬과 立春의 피아간 / 淸草배창호

삼동三冬과 立春의 피아간 / 淸草배창호 복수초 피는 立春을 버선발로 마중하면서 삭정이의 때늦은 숨비소리 같은 봄눈 뒤집어쓴 상고대, 소소리바람에 봄동 절이듯 지문처럼 새겨지는 빈 가슴 이는데도 간밤에 까치발로 다가선 봄비가 고난의 연속인 삼동三冬의 밤을 파르르 눈 뜨임을 빚어낼 수 있는 낭에 핀 한 떨기 꽃처럼, 서성거린 행간의 봄 꿈을 향해 사각이는 섶의 스산한 소리마저 서려 붙어 하얀 시공을 덧없이 펼치는 풍애의 네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하게 녹일 수 있는 애모愛慕의 겨울이 되고 싶지만, 꽁꽁 여민 쳇바퀴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위선처럼 차지만 긴긴 동지섣달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가슴으로 쉬이 닿을 수 없는 것인가

겨울비 / 淸草배창호

겨울비 / 淸草배창호 삭막한 동토凍土의 황량한 기슭마다 마른 거죽으로 변해버린 산하의 들녘은 휑하도록 스산한데도 벌판을 쓸고 온 바람처럼 황톳빛 먼지가 일어도 낯설지 않아 겨우살이가 혹독하다는 건 새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낙엽 교목만 즐비한 산등성에 잎이 진 마른자리마다 골바람에 바스락대는 가랑잎에 뿔뿔이 맺힌 이슬로 내리 젖 물리듯 품어 안는 겨울 빗소리! 허허롭다는 말에 의미를 두지 않았어도 시몬, 의 낙엽 밟는 소리마저 일깨우는 싸락눈 내리듯 스밈으로 와닿는 작은 스침조차 촛불 같은 생기를 불어넣는 겨울비는 사랑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글꽃을 피우는 인연 因緣 / 淸草배창호

글 꽃을 피우는 인연 因緣 / 淸草배창호 글과 인연을 맺은 게 딱 사반세기四半世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이지만, 정년이 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유일한 보람이며 행복이며 주어진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문학 활성화의 꽃이 피었고 유, 무수의 문학지와 신춘문예의 등 단 길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때 그 시절이 얼마나 값지고 보람을 일구었는지 덩달아 청운의 꿈을 향해 습작과 더불어 소양을 키웠는지 모르겠다 다음 블로그와 다음 카페의 그 수효를 모두 헤아릴 수는 없어도 아마 상상 밖의 숫자였으리라, 처음 시작은, 그저 글 쓰는 취미로 다음 카페와 인연을 맺었고, 더불어 온라인의 문학 카페에 첫발을 디디게 되었으며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창작 방..

엄동嚴冬 / 淸草배창호

엄동嚴冬 / 淸草배창호 미망迷妄에 찬 댓바람 소리에 먹물을 가득 묻힌 엄동嚴冬에는 안팎이 따로 없이 퀭하게 앓고 있는 먹먹한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시린 어깻죽지 움츠리게 하는가, 웃풍이 거세지는 벼린 발톱에 공수표에 묻힌 지난날은 잊어야 한다는 눈 무게만큼이나 눈부신 한때도 목판화의 독백 속으로 숨은 언약, 딱 그만치라는 걸 알았을 때 가라앉게 한 정곡을 찌르는 핵심이라 해도 고적孤寂한 나목이 삼켜야 할 응어리마저 외따로이 주검 같은 목쉰 허랑한 빛살을, 솔가지에 걸린 하현달 아미에도 밤새 서리꽃 하얗게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