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성한 말들이 많았던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그 동안 회사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는데
올 해가 가기 전에 그 동안 간직했던 심정을 블로그에 남기고 싶다.
2008년 말 퇴직하고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6개월간 공로휴가 기간의 급여는 지급되었고
나는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재직 시 하고 싶었던
등산과 문화유적지 등을 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며 만족하고 있었다.
공로휴가 기간 중 일자리는 이 따금 씩 알아보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퇴직하면 어디 일자리 없겠나?“ 하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신문광고나 지인을 통해 알아 본 일자리의
보수와 근무 조건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몇 개월 쉬고 나니 하루 보내기도 힘이 든다.
처음 몇 개월은 재직 시 시간이 없어 하고 싶거나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찿아 즐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졌다.
아직은 백수로 시간을 보낸다는게 자존심까지 상하게 한다.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압박감이 들기 시작했다.
월 300만원에 인력관리라는 광고지를 읽고
담당자와 통화 후 찿아 간 회사는 거의 사기수준이었다.
찿아 간 사무실엔 몇 사람 직원 같은 사람이 있고
책상이 몇 개 놓여있으나 업무를 보는 흔적을 느낄 수 없었다.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 군에서 영관급으로 전역했다는
풍채 좋은 사람이 “회사 소개하려면 몇 사람 더 참석해야하니까
밖에서 시간 좀 보내다 10까지 오라고 말한다.”
가까운 커피숍에서 시간 보내다 다시 사무실로 갔다.
30분 사이에 6~7명 아주머니들이 모여 있다.
사무실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회사 소개가 시작되었다.
예비역 영관급이라는 자가 자기소개와 함께 회사 소개가 시작되었다.
처음 한 시간은 신뢰할 수 있도록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듣는 이로 하여금 공감이 가도록 설명했다.
두 번째 시간...
처음 어색하던 첫 시간과 달리 분위기가 달라진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여자인데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인 듯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
느낌이 이상하다 싶은데 두 번째 시간은 첫 시간과 동떨어진
제품소개를 하는데 다단계업체였다.
재직 시 먼저 퇴직한 선배가 다단계 제품을 가져와
제품도 구입해주고 다단계회사에 가입하라고
주문하던 모습이 순간... 번개처럼 뇌리를 스친다.
“이건 아니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은 거리감이 있구나”하고
두 시간이 끝난 뒤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 도망치듯 집으로 왔다.
나를 끌어드리기 위해 아줌마 몇 분을 들러리로 세웠다.
퇴직 후 처음 무서운 세상을 경험했다.
이제 6개월 공로휴가도 끝나고 고용보험을 수령하는 시기가 왔다.
처음 신고 후 2시간 교육을 받으러 강단에 들어서니 400명은
족히 되는 사람들이 강단을 꽉 메우고 있어 깜짝 놀랐다.
일주일에 두 번 교육이 있다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퇴직 또는 실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재직 시 과중한 업무에 불평하고 불만을 늘어놓았던 게
행복한 푸념이라 생각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직장생활하면서 나름대로 충실하게 근무하려 노력했다.
남들처럼 휴가도 다 사용하지 않았고 주5일 근무가 시행된 후에도
맘 편하게 주 중 2일을 쉬어본적도 거의 없다.
물론 주어진 업무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1시간 전에 출근하여 부서 몇 몇 곳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 퇴직할 때까지 이어졌다.
내가 만든 제도나 후생복리비 지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현직에 있는 직원들에게서 지금까지 고맙다는 말을 듣곤 한다.
누구나 회사 재직 시에는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고
회사에 도움 되는 직원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아무리 성실하고 능력이 있어도 퇴직 후에는
나이탓에 무능력한 사람이 되고 만다.
청년 실업자가 많은데 나이 든 사람이 일자리가 없다고
불평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젊은 사람들은 3D업종에 종사하길 꺼려한다.
나이든 사람이나 외국인 근로자가 이런 일자리를 메우고 있다.
어느 지인께서 소개해서 공개 채용한다는 곳에
이력서 제출 후 면접하러 갔는데 내 또래는 없고
3~40대가 주를 이뤄 깜짝 놀랐다.
60도 안된 내가 제일 연장자였다.
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제 취업을 포기하고 고용보험 수령이 마무리되면
집에서 소일하려고 생각하던 중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본사는 대전에 있고 수원 인계동에 영업사무실이 있으니
면접 후 결정하라는 내용이다.
세월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
면접 후 레이트론에 재취업한지 벌써 7년째가 된다.
회사는 그 동안 새로운 부지를 매입해서
작년에 건물을 신축하여 이전하였으며,
어려운 경제 불황에도 임직원의 부단한 노력으로
금년 매출이 전년대비 신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면서
전 직장의 직원들과 레이트론 직원들의
의식에 대해 이따금 비교해 본다.
레이트론 본사 직원들과 이곳 영업사원들의
업무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전 직장에선 유유 부단하고 업무태만하는 등 규정을 위반한
일부 직원에 대한 인사위원회와 상벌위원회를 년 중 한 두차례
개최하곤 했는데 레이트론에선 그런 직원을 찿아 보기 어렵다.
그래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매출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가을 친구들과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까지 일하는 친구가 손꼽을 정도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와 농사짓는 친구를 제외하고
회사에 출근하는 자는 내가 유일하다.
친구들이 부럽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까지 일하게 해주는 회사가 고맙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며 삶에 활력을 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년 말이 되어 금년 회사업무가 마무리 되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사장님께서 배려해주셔서 며 칠 휴가 중이다.
금년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 좋은 결실을 거뒀다.
정유 새해에도 레이트론에 강렬한 서광이 비춰지길 희망한다.
땀 흘린 임직원 모든 분에게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하며...
감사한 마음을 남기고 싶다.
- 2016. 12.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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