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경 사돈께서 배가 아파 병원에 다니신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통증이 너무 심해서 119구급차 이용해서 시내에 위치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검사결과 췌장암 말기라고했다.
금년 60세이며 비교적 건강하시던 분께서
예기치 않은 병을 얻을 줄 누가 알았으랴
평소 애주가였던 사돈께선 평소 막걸리를 수시로 즐겨마셨다고 한다.
그래서 4살짜리 손주 녀석은 막걸리를 할아버지 물이라고 했다.
즐겨마시던 술이 원인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연세도 젊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으신분이라
딸내미에게 사돈 신병에 대한 얘기를 듣고 미약하나 돕고 싶어서
친구의 여동생 딸이 서울 S병원 레지던트 5년차로 근무하고 있어
전화번호 알아서 사위와 통화 후 췌장암 치료에 권위가 있는
의사와 연결해서 입원 후 검사와 치료를 진행했다.
의사는 암 환자를 상대로 임상실험을 진행중이고
또 다른 암 환자를 물색하던 중 사돈이 임상실험
대상자가 되겠다고 해서 치료가 시작되었다.
시한부 인생이지만 아직 더 살아야 모친과 자식 그리고 안사돈께
더 많은 사랑을 베풀어 드리려고 응했으리라 생각한다.
처음 두서너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항암치료를 몇 차례
받은 후 식사를 못하시다 체력이 많이 약해지면서 다시 입원하시더니
입원기간이 전 같지 않고 길어졌다. 약 열흘정도 입원 중
급기야 응급실로 가시더니 이틀 지나서 중환자실로 옮기셨다.
언제쯤 호전되시려나 노심초사하고 기다리던 중 결국 17일 새벽에 운명하셨다.
중환자실에 며 칠 계시는 동안 큰아들인 사위와 두째 아드님이
번갈아가며 대기실에서 교대로 사돈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요즘 젊은이 답지않게 효심이 가득한 두 아드님과
안사돈을 남겨두고 유언을 남기지 못하고 승천하셨다.
산소 공급을 위해 호스를 기도에 꼽고 계셨는데 의식이 있었는지
자꾸 호스를 빼달라는 주문을 손짓으로 하셨다고 한다.
며 칠이 짧은 시간이지만 환자에겐 1분 1초도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지푸라기 같은 심정으로 수명이 연장될 것을 기대하며
고통의 순간순간을 참고 견디셨을텐데 애통한 마음 뭐라고 표현 할 수 없다.
사위가 장례식장으로 모시고 오며 비보를 전하는데 믿어지지 않았다.
요즘 60이면 젊은이로 분류하는데 안타깝게 생을 마치셨다.
사위와 장례절차 등 간단한 통화를 마치고
오후에 집사람 아들 녀석과 같이 장례식장으로 갔다.
낮 시간 조문객이 적어 넓은 식당의 공간은
두 손주 녀석의 놀이터가 되었다.
손주 녀석을 보시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에도
웃고 계셨다는데 녀석들이 눈에 밟혀 어떻게 가셨는지...
그래도 조금 위로가 되는 부분은 암 진단 받으신 후
우리가족과 두 차례 식사를 같이했다.
고기집이었는데 사돈께선 고기 몇 점 드시면서 일부러
우리와 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셔서 원하신 것 같다.
진작 본인은 병마와 싸우는 고통이 많았음에도
끝까지 상대방에 대한 예우와 배려를 하셨다.
어제 장례식을 거행하였다.
새벽에 서둘러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사돈 친구분들 몇 십 명과
많은 친척분들이 계셔서 감사했다.
발인제를 상조회사 집행관의 주도로 올리며 사위형제 안사돈
며느리인 딸내미, 고모님 등 순서로 진행했다.
예전엔 사돈의 발인제에 사돈이 술 잔 올리고 절하는 사례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사돈과 평소 거리를 두지 않고 양가 편하게 생활하던 관계라
평소 사돈께서 좋아하시던 술을 올리고 싶어 집행관에게 청해서 술을 올리자
눈치 빠른 집행관은 사돈임을 감지하고 “덕담 한 말씀하세요”라고 말한다.
“사돈 좋은 곳에서 고통 없이 지내시며 가족을 지켜주세요.
사돈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하는데 목이 메인다.
수원연화장 승가원에서 화장이 시작되었다.
로비 곳곳에 소요시간과 맹인의 이름과 진행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봄 날 같이 포근한 날씨... 하늘도 청명하다.
조경수목들 단풍이 무척 곱게 물들어 있다.
한 시간 반 동안 마음을 식힐겸 이곳저곳 걸으며
사돈과 몇 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끄집어낸다.
낙천적인 성격으로 상대방을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를 이끌어주시고 첫 손주 얻은 해에는 우리가족과
강원도 고성과 평창의 관광지를 여행하고
2년 전쯤엔 2박 3일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편하게 대해서 누구나 쉽게
다가서게 하는 좋은 성격을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사돈 친척들과 친구분이 많이 오셨다.
예전부터 마지막 가는 길에 친구 다섯명이 찿아 오면
그의 삶은 원만한 처신을 하며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몇 십명 친구분들... 친척분들과 사위 형제 친구들...
100명 가까운 많은 분들께서 사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사돈! 부디 고통 없이 영면하시고 가족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수 백번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장례식를 마치고 안사돈과 사위 형제와 인사 나누며
사돈댁에 앞으로 평안한 생활이 이어지도록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 2016. 10. 20. -
귀천(歸天)
- 천 상 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