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타는 까닭을 / 淸草배창호
간밤에 내린 해맑은 백로白露의 이슬,
가지 끝 나뭇잎 사이로 노을빛 산하가
엊그제까지만 해도 당찬 초록의 윤슬이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쉬이 떨치지 못해
간절기마저 머뭇대는 그만치 놓아버린
안달 난 술렁거림이 추색秋色에 곰삭아
산허리를 휘감고서 골바람에 풀어헤친
잠의 무덤처럼 고요로운 안개 바다에
꽃무릇의 고혹한 홍조처럼
아우성치는 갈애渴愛를 새침스레 그려 놓았더라
눈멀듯이 이 변화의 바람을 어디에 두었는지,
생채기의 자국마저도 마구 요동치는
헛한 사무침은 가지마다 맴돌 것만
고조한 잎새마저 한때의 꿈이라 해도
괜스레 눈시울이 젖게 하는 이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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