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선다 四枝選多 / 淸草배창호
잊힌다는 것은 삶의 자연스런 이치다
잊고 싶은데도, 할 도리를 그르치면
바람든 숭숭한 무 속처럼
흐물흐물한 잉여의 한계치가
망막 넘어 사선의 기억 저편에는
얽히고설킨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타오르는 욕망이 잇속만을 챙기는
사지선다조차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을
자기 나름의 꽃을 피우고 있다지만,
이웃을 닮으려 하지 않고
찬 새벽안개에 한 치 앞도 막연한
길라잡이 무엇으로 갈음할 수 있을까마는
샛강으로 쪼개진 강물이 할 수 있는 건
세월이 약이라 하는데도 오매불망한 오기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도
네, 앓이조차 부질없음을 차마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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