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 / 淸草배창호
강가 물수제비로 한 획을 그으려 날린다
주마등 시절을 새삼 낯설어하면서
혼신을 다하면 못 할 게 없다며
잉걸 불씨 하나를 지피기 위해
열정 하나만 믿고 앞만 보고 묵묵히 왔다
파문처럼 무늬로 번진 내 귀에는
애틋한 속삭임만 잔잔히 들리고 있는데
오늘의 석양이 저물었어도
종착역이 아닌 간이역 외길 선로의
외로운 신호대처럼 편견의 온갖 잔재들,
평정을 유지해 가는 법을 아직도 모른다
흰 구름 떠다니는 가을은 늘 아름다운 거,
꽃비가 내리는 환희만 보이는 까닭을
누군가는 몹쓸 병이라 말하지만
깊고 그윽한 강물의 사색을 닮고 싶어
단아한 단청 같은 문장을,
바스락대는 가을이 걸작을 남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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