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곡 / 淸草배창호
해맑은 낯빛이 그윽한 청자를 빚었다
고추잠자리 스산한 해거름인데도
구애가 한창 시시덕 휘지르며
서슬 퍼런 영화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몰랐다
빼어난 곡선은 아니지만
낭창한 곁 지기를 빼닮았으니
메밀꽃이 그렇고
가녀린 코스모스가 그렇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호젓한 네,
어쩌랴 무망에 걸린 갈꽃 대궁을 닮아
곰삭은 한때도 이내 사위어 가는데
호시절 어디에 두고 차마 예까지,
갈바람이 이내 거두어갈지라도
딱, 이만 치면 욕심이 아닌데도 어이해
혼신을 불어 넣는 사색에 베갯머리 뉘었으니
텅 빈 무심만 훠이훠이!
가을 앓이에 서늘한 그리움만 귀로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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