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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 / 서정주

덕 산 2022. 8. 5. 11:24

 

 

 

 

 

신록 / 서정주 

 

어이할거나

아 ㅡ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ㅡ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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