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소울 하우스 / 이향숙

덕 산 2021. 10. 16. 12:05

 

 

 

 

 

소울 하우스

            - 이 향 숙 -

 

 

터를 잡고 집을 짓자는 산 속이 망설여지는 건

달별이 창으로 놀러 오지 않는 밤이면

적막할 것 같아

낮은 담을 따라 나무 그림자들이 머리를 풀고

춤을 추겠지만 재즈같이 나뭇잎을 흔들어 주겠지만

그걸 오래도록 보고 또 보고 있겠지만

 

어쩐다지

 

밤새 잠 못 들며 뒤척였는데

새벽같이 또 무얼 심겠다며

눈뜨면 없어져, 당신이 도 곁에서 사라져

확실한 분리불안증이지

 

마을 굴다리를 따라 바다로 난 길

뿌연 창으로 흘러내리는 빗물

소리 내지도 않고 요란하지도 않게

수직의 눈물방울을 매달고

 

뿌리를 내리지 못해 부표처럼 떠다니는 건 아니지

집을 찿아 헤매는 우리

영혼의 집을 찿는 건 아니지

손바닥을 펴면 빠져 나가는 모래처럼

천진하게 웃던 때가 언제였나 몰라

 

이젠 괜찮아

주문을 외워 보지만

창은 울고 있지

수직의 눈물방울을 매달고

 

지상에 사라진 다리를 입술로 곰곰이 핥고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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