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목단애가 / 이향숙

덕 산 2021. 9. 16. 09:50

 

 

 

 

 

목단애가 / 이향숙

 

 

네가 떠났다

붉고 탐스런 입술이 뭉툭하여

야윈 눈 맞춤하던 네가 스러졌다

맺혔다 벌어지며 툭툭 지는 꽃

흔적도 없이 애달프다

꽃 진자리에 왕관을 얹고 속으로만 단단해지는 꽃

부질없는 밖을 떨어내자

꽃잎 밀어내려 버팅기고 매달리던 굳은

심지 같은 시간

견뎌내자고 넘어서 보자고 입술을 깨물 때마다

엉겨 붙던 핏빛 십자가

견고한 안개 속에 검붉음의 시계가 멈춰버린

 

너무 이른 봄날

그토록 열망했던 꽃 진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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