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에 쏘이다
- 이 향 숙 -
나나니벌에 머리를 쏘였다
어쩌자고 겁도 없이 묵혀 둔 소나무 안으로
머리부터 쑥 들이 밀었더니
늙은 호박통 같은 큰 벌잡이
UFO처럼 매달려 있다
놀란 벌 한 마리가 머리 쪽을 돌진하더니
미로 같은 내 머리카락에 얽혔다
벌은 살자고 윙윙대고
나도 살려달라고 펄쩍펄쩍 뛰고
둘이 똑 같다
들이 밀 때와 나갈 때를
분간 못한다
나나니벌 너너나벌
자모음이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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