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벌에 쏘이다 / 이향숙

덕 산 2021. 9. 15. 09:27

 

 

 

 

 

벌에 쏘이다

         - 이 향 숙 -

 

 

나나니벌에 머리를 쏘였다

 

어쩌자고 겁도 없이 묵혀 둔 소나무 안으로

머리부터 쑥 들이 밀었더니

늙은 호박통 같은 큰 벌잡이

UFO처럼 매달려 있다

 

놀란 벌 한 마리가 머리 쪽을 돌진하더니

미로 같은 내 머리카락에 얽혔다

벌은 살자고 윙윙대고

나도 살려달라고 펄쩍펄쩍 뛰고

 

둘이 똑 같다

 

들이 밀 때와 나갈 때를

분간 못한다

 

나나니벌 너너나벌

자모음이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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