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블루 / 이향숙
바다의 시계를 아시나요?
푸른 지중해 레즈보스 앞바다
거대한 난민들의 묘지가 되어 간다죠
이미 경험한 전쟁 기근 고문은 치사량을 넘어가요
몰타의 발레타 항구
거기 둥둥 떠 있는 아름다운 구름 속엔
무수한 슬픈 영혼들이 깃들이죠
어떻게 가족과 이별했는지
왜 여기까지 떠나 왔는지
화상으로 얼룩진 케냐 소녀, 그 눈빛에 담는 블루
고통 속에서도 왜 아름다운지, 그 빛 블루
우린 단지 태양을 따라 가요
같은 생의 항해 중에 있어요
끝닿을 곳은 아무도 몰라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치명적인 배를 나눠 타고 있어요
단지 생존을 위해서요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이 혼동과 지옥의 고무보트
다닥다닥 온갖 오물로 구겨져 있어요
막 젖 뗀 아이가 겁에 질린 검푸른 바다 위에서
악을 쓰고 울어요
임산부가 물에 빠져 익사 직전 이예요
구명조끼가 모자라요
울부짖는 사람들로 이곳은 패닉이 되었어요
지구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블루
그 죽음의 바다를 이젠 즐길 수가 없어요
케냐 소녀의 눈동자에 출렁이는 블루가
자꾸 감겨요
'이향숙 시인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에 쏘이다 / 이향숙 (0) | 2021.09.15 |
---|---|
동거이묘 / 이향숙 (0) | 2021.09.14 |
무늬의 온도 / 이향숙 (0) | 2021.09.03 |
녹색지대 / 이향숙 (0) | 2021.09.01 |
병산서원, 겹치마 / 이향숙 (0) | 2021.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