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어떤 블루 / 이향숙

덕 산 2021. 9. 8. 12:15

 

 

 

 

 

어떤 블루 / 이향숙

 

바다의 시계를 아시나요?

푸른 지중해 레즈보스 앞바다

거대한 난민들의 묘지가 되어 간다죠

이미 경험한 전쟁 기근 고문은 치사량을 넘어가요

 

몰타의 발레타 항구

거기 둥둥 떠 있는 아름다운 구름 속엔

무수한 슬픈 영혼들이 깃들이죠

 

어떻게 가족과 이별했는지

왜 여기까지 떠나 왔는지

화상으로 얼룩진 케냐 소녀, 그 눈빛에 담는 블루

 

고통 속에서도 왜 아름다운지, 그 빛 블루

 

우린 단지 태양을 따라 가요

같은 생의 항해 중에 있어요

끝닿을 곳은 아무도 몰라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치명적인 배를 나눠 타고 있어요

단지 생존을 위해서요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이 혼동과 지옥의 고무보트

다닥다닥 온갖 오물로 구겨져 있어요

막 젖 뗀 아이가 겁에 질린 검푸른 바다 위에서

악을 쓰고 울어요

임산부가 물에 빠져 익사 직전 이예요

구명조끼가 모자라요

울부짖는 사람들로 이곳은 패닉이 되었어요

 

지구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블루

그 죽음의 바다를 이젠 즐길 수가 없어요

 

케냐 소녀의 눈동자에 출렁이는 블루가

자꾸 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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