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바리 - 이 향 숙 - 팔에 꽃무늬 문신을 새긴 남자가 천천히 해변으로 걸어온다 빛나는 털을 지닌 검은 개 한 마리가 모랫벌로 질주한다 짧은 꼬리를 깃발처럼 흔들다 순간 멈춰서 개는 뒤돌아보고 문신과 마주 친다 둘은 다정한 사이가 되어 모랫벌에 마주 앉는다 명랑한 새털구름이 후경이 되어 완벽히 높게 떠 있다 축항으로 걷다가 만나는 모르는 남자들은 아버지다 늙은 남자, 젊은 남자, 거기에 아버지가 있다 7살의 아버지 9살의 아버지 11살의 아버지 살림망에서 그들이 쏟아져 나오던 남정바리 평평하고 견고한 등은 마당 수돗가 한켠에서 혼자 놀았다 비늘은 긁고 내장을 뺐다 고무다라에 속을 들킨 물것들이 비리고 축축했다 엄마는 누워서 주말 과부가 되었다 어구, 지긋지긋한 저놈의 낚시 소쿠리에 얹혀서 날 좋은 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