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점포가 산다 / 이향숙

덕 산 2021. 8. 20. 14:16

 

 

 

 

 

점포가 산다

            - 이 향 숙 -

 

 

오일 장에 가서 보았다

점포는 길을 향해 나 있다

 

문도 그렇다

길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 안에 든 주인은 꽃이다

 

백일홍나무들이 발 하나씩 파묻고 꽃을 피우듯

제 색깔 꽃 하나씩 피워 보고 싶은 거다

붉거나 푸른 검거나 노란 색들의 집, 층층

 

그러다 시들해 질 땐 점포가 꽃이 된다

문은 열어 두고

주인은 인기척도 없이

멀미나는 바람만 햇빛으로 들락거린다

점포 주인도 다들 외로운 거다

 

갑갑한 집을 슬쩍 버리고 와선

길욮에 붙어서 무엇을 파는 척 한다

 

한 생의 잠깐, 지는 줄도 모른체

꽃피는 척 하며 버텨 가는 것이다

 

날마다 길에 오가는

비슷비슷한 꽃들의 그늘을 제 얼굴 반쪽에

가만히 포개보거나 짚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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