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거기, 바로 출구 / 이향숙

덕 산 2021. 8. 4. 09:46

 

 

 

 

 

거기, 바로 출구

              - 이 향 숙 -

 

 

검은 벨벳 드레스, 유려한 더듬이

해질 녘 남방제비나비 창 안으로 문득 들다

겹눈을 다친 게 확실해

열린 창으로 들어 왔을 테지 네겐 입구가 되는 그곳

 

도둑고양이처럼 살며시 들어 와 출구를 찿지

못하는 오후, 산나리 꽃은 저물고 아카시아

달디 단 꿀도 아니어서 파닥거리는 날개 짓

서늘한 미각아래 바동거리는 검은 뒷다리

더듬이로 매달릴 수 없고 중력으로

뚫고 나갈 수도 없는데

 

툭1 바로 밑에 열린 창

 

출구이자 입구였던 바로 거기

봉긋한 바람이 네 어깨를 밀어 주던

누리장나무 숲을 지나 탱자나무 잎으로 떠돌던

바람의 돌기로 곤두섰던 그 곳

거기 바로 아래 출구, 열린 창으로

사르륵 날아가 줄래?

 

입구로 들어와 출구를 더듬는 생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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