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돌의 꽃 / 이향숙

덕 산 2021. 7. 30. 10:45

 

 

 

 

 

돌의 꽃

      - 이 향 숙 -

 

 

언뜻언뜻 내비치는 강어귀의 물무늬

닮지도 바래지도 않는 마음 한켠의 모서리마다

붉은 피 뚝뚝 흘리며

돌의 꽃처럼 피고 지며 비껴가는 시간들

 

깨어지고 어긋나는 정점에 기어히 손끝을 대어보면

뜨겁다

뜨거운 것 데이지 않기 위해 날카롭고 비겁한

모서리 같은 것

그 모서리 하나가 늑골 뼈 사이에서 사각거리는

소리, 제 자리를 찿지 못해 삐걱거리며 내는 신열위로

깊은 꿈들의 단층

 

마디마디 무섬증을 일으키며 돋아나는 잎사귀들

짙고 푸르며 툭 떨어지는 화석의 빗장뼈

다시 둥글어지지 않겠다는 다짐은

그 모서리에 베이던 기억을 잊지 못함이다

 

어디로부터 왔는가, 그대는

궤도를 맞추기 위해 어긋나다 베어지며

모서리의 정점에 와 닿았는지

갈라지고 해체되며

거기 빛나는 그 푸른 별이 어떠했냐고

되묻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이미 함께 떠났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돌아보면 그 아득한 별에서 언뜻

내비치던 눅눅한 습기

아무것도 아니어서 눈물이 나는 비 그친 뒤

저무는 검은 산 능선

그 무엇도 아니어서 눈물이 솟는

저무는 날의 하이웨이

 

그 모서리마다 젖은 눈들을 달고 못 본 체 하며

감싸는 오늘 같은 저녁의 운무를 바라보며

네 그리움의 한켠에 얼굴을 묻는

내 그리움의 젖은 눈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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