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벚나무 그늘 아래 / 이향숙

덕 산 2021. 8. 18. 09:33

 

 

 

 

 

벚나무 그늘 아래

               - 이 향 숙 -

 

 

그늘에 누우면 세상 귀들이 닫힌다

눈조차 감을 수 없도록

푸른 이파리로 받들고 있는 손가락

 

그대에게 쉼을 내어 줄

어깨가 그리웠던 시절

지나간 시간들

돌이키지 말라고

노랑지빠귀 새 한 마리 푸르륵 날아간다

 

꽃 피던 분홍시절은 잊자하고

처연한 버찌 같은 기억

자줏빛 눈매마다 그렁거려

차마 말을 못한다

 

그래서 나는 잊었다

꽃 진 그늘 아래

묻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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