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놓아 줘 / 이향숙

덕 산 2021. 8. 3. 09:39

 

 

 

 

 

놓아 줘 / 이향숙

 

어디로 가나

따라 걷다 보니

돌아 온 길마다 눈물바다다

숨죽여

혼자 울던 시절이 있었다

 

담벼락에 울렁이는 나무 그림자들이

밤새도록 흔들릴 때 숨이 탁 멎었다

 

그렇게 요동칠 때마다

떠나가고 다가오는 너

파란 눈금 같은 새 한 마리로

지워진 손금위에 부리를 쫒는다

 

어디로 가던

이젠 따라오지 마라

눈물의 한 생을 깊숙이 뭄을 테니

 

그만 놓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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