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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상 / 김재덕

덕 산 2025. 10. 27. 17:54

 

 

 

 

가을 단상 / 김재덕

 

갈대 가슴속 울음이 노을에 걸려

귓전에서 비틀거리는 가을 녘

단풍나무 아래 세 그림자

가을 몸부림에 흔들린다

 

구름에 가려도 유유자적 흐르는

해와 달 불변의 이치로

연초록이 단풍으로 물들었건만

어찌 세월만 야속 타 하랴

 

수시로 들락이는 관념으로

깊은 한숨을 놓는 날도 많다지만

삶이 고달플수록 더 절절한 행복을 알았고

아픈 이별에 사랑의 깊이를 알지 않았던가

 

새초롬한 여린 눈으로 세상을 보다가

어느덧 고운 단풍 되어 휘날리니

부러운 시선들로 흐뭇한 나날들

 

언젠가는

무언의 서사시처럼 떠날 것을 알지만

달빛 아래서도 흔들리며 물드는

나의 가을을 사랑하련다.

 

*세 그림자: 나, 나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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