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말소리 / 박노해
가을에는 자꾸만 고개가 숙여진다
물들어가는 나뭇잎처럼
익어가는 수수와 벼 이삭처럼
가을에는 나직이 고개가 숙여진다
가을에는 해맑은 향기가 말을 한다
아침 서리에 몸 씻은 들국화처럼
햇살 바람에 붉어진 사과 알처럼
가을에는 속 깊은 향기가 말을 한다
가을에는 말없이 돌아봐진다
누군가 부르는 듯한 노을길처럼
책을 읽다 눈을 감은 그 사람처럼
가을에는 가만가만 돌아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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