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시인님 글방

무늬의 온도 / 이향숙

덕 산 2021. 9. 3. 13:20

 

 

 

 

 

무늬의 온도

          - 이 향 숙 -

 

 

희디 흰 꽃대를 밀어 올릴 때 몰랐다

그리운 전언처럼 날개를 매달 때 더욱 몰랐다

어차피 이생을 목련으로 다 필 수 없으니

 

여러 날 꿈에 닿지 못해 안으로 깊어지다

짙어진 무늬를

몸져누운 후에야 본다

 

누워야 환히 보이는

 

붉어지는 눈빛으로 단번에 후드득 덜어지는 검은 잎

희미해져 가는 시절은 꿈 꾼 것이 아닌데

땅거미처럼 자꾸 뒤척이며 돌아눕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늘이 길어질수록

 

왜 그토록 잠깐이었는지

다 알 듯하다

 

당신들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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