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겹치마
- 이 향 숙 -
희고 먼 백사장에서 물수제비뜨는 일
두 번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푸른 절벽 단풍들이 기우뚱하니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는데
강빛은 비껴 앉아 맞절을 받는다
만대루 기둥 마룻장 받치느라 제 몸뚱이 그대로
걸어 나와 주춧돌 위에 눈만 가리고 있다
부끄러운지 고요한데
덩그러니 매달린 북소리, 나른한 낮잠을 깨운다
복례문에 드나들 때 낮추지 못한다
키는 넘쳐나고 마음은 모자란다
배롱나무 꽃들이 뜰 한켠에서 붉다 못해
지쳐 가는 데
쏟아질 듯 쏟아질 듯 아슬한 마음 언저리
생목 올라오듯 하다
어느 누가 이리도 마음 한켠을 잡아당기는지
맞배지붕 겹처마에
아, 저 환장할 가을 빛
빛만 한창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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