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이 병
- 이 향 숙 -
당신이어서 함께 올 수 있었다고
당신이기에 같이 떠날 수 있었다고
당신이어서 다정이 병인 걸 알아 버렸다고
그렇게 말 했었나요
조금 늦은 문장으로 겹겹의 꽃 사이로 손 흔들고
있는 그대
꽃 핀 자리로 봄이 오듯
봄마다 허리 병이 도진 당신
바람이 흔드는데
노란 연두빛 파도가 마구 일렁이는데
거기 당신이 함께여서 눈부셨다고
그렇게 또 말 했나요
허공을 가르는 연한 하늘과 푸른 바다와
노란 꽃밭의 수평을
그대는 수직으로
나붓하게 펄럭 입니다
아직은 어깨를 밀어주는 바람 한웅 큼이 윙크를
보내고 있네요
그것, 참
유채꽃밭에 당신이 피었습니다
낡은 서랍을 열어 볕을 쏘인 달빛 외투를 입고
오늘 꽃처럼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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