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606

세한歲寒을 보내면서 / 淸草배창호

세한歲寒을 보내면서 / 淸草배창호 매화의 망울이 터질듯한 雨水인데도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한겨울의 모난 서릿발에서 머물 때는 몰랐지만 연륜의 쳇바퀴에 선 성성星星한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할까, 간밤에 울 어에는 문풍지처럼 마지막 잎새마저 훨훨 던져버린 세월의 탓을 보고 있으면 황량한 벌판, 바람 앞에 쓰러진 억새의 슬픈 사랑을 알 것만 같은데 창호에 밤새 훑이고 간 정적만 칼바람 부는 네 생애 속에 수런수런 내려앉은 송곳니 같은 미련이 강물처럼 되돌아올 수 없는 옹이가 된 애착만 나이테처럼 쌓이건만 툇마루에 내리쬘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

복수초福壽草 피는 2월에는 / 淸草배창호

복수초福壽草 피는 2월에는 / 淸草배창호 간밤, 까치발로 다가선 봄비에 복수초 피는 봄의 서막을 울리면서 소소리바람에도 이무럽게 다가와 깊어져 가는 사랑과 그리움으로 관성의 먹먹한 빈 가슴 채운다는 건 엎치락뒤치락 넘나드는 엄동의 밤을 눈 속, 기슭에 가랑잎 파르르 헤집고서 고요하고 맑은 아득한 태곳적 온기를 저버릴 수 없는 도도한 물결로 서려 붙은 고진감래를 덧없이 펼치건만 풍미風靡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네 속에 해빙解氷의 호젓한 상생의 판놀음으로 눈부신 봄의 시작이 되고 싶은데도 겉 속이 따로 노는, 위선의 찬 바람 치는 언로言路처럼 목쉰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쉬이 닿을 수 없는 거칠은 들녘이런가

삼동三冬과 立春의 피아간 / 淸草배창호

삼동三冬과 立春의 피아간 / 淸草배창호 복수초 피는 立春을 버선발로 마중하면서 삭정이의 때늦은 숨비소리 같은 순백의 봄눈 뒤집어쓴 상고대, 소소리바람에 봄동 절이듯 지문처럼 새겨지는 빈 가슴 이는데도 간밤에 까치발로 다가선 봄비가 고난의 연속인 삼동三冬의 밤을 파르르 눈 뜨임을 빚어낼 수 있는 낭에 핀 한 떨기 꽃처럼, 서성거린 행간의 봄 꿈을 향해 주고 가는 섶의 스산한 소리가 이슬로 맺혀 하얀 시공을 덧없이 펼치는 네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하게 녹일 수 있는 애모愛慕의 겨울이 되고 싶지만, 꽁꽁 여민 쳇바퀴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위선처럼 차지만 긴긴 동지섣달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가슴으로 쉬이 닿을 수 없는 것인가

삼동三冬과 立春의 피아간 / 淸草배창호

삼동三冬과 立春의 피아간 / 淸草배창호 복수초 피는 立春을 버선발로 마중하면서 삭정이의 때늦은 숨비소리 같은 봄눈 뒤집어쓴 상고대, 소소리바람에 봄동 절이듯 지문처럼 새겨지는 빈 가슴 이는데도 간밤에 까치발로 다가선 봄비가 고난의 연속인 삼동三冬의 밤을 파르르 눈 뜨임을 빚어낼 수 있는 낭에 핀 한 떨기 꽃처럼, 서성거린 행간의 봄 꿈을 향해 사각이는 섶의 스산한 소리마저 서려 붙어 하얀 시공을 덧없이 펼치는 풍애의 네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하게 녹일 수 있는 애모愛慕의 겨울이 되고 싶지만, 꽁꽁 여민 쳇바퀴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위선처럼 차지만 긴긴 동지섣달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가슴으로 쉬이 닿을 수 없는 것인가

겨울비 / 淸草배창호

겨울비 / 淸草배창호 삭막한 동토凍土의 황량한 기슭마다 마른 거죽으로 변해버린 산하의 들녘은 휑하도록 스산한데도 벌판을 쓸고 온 바람처럼 황톳빛 먼지가 일어도 낯설지 않아 겨우살이가 혹독하다는 건 새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낙엽 교목만 즐비한 산등성에 잎이 진 마른자리마다 골바람에 바스락대는 가랑잎에 뿔뿔이 맺힌 이슬로 내리 젖 물리듯 품어 안는 겨울 빗소리! 허허롭다는 말에 의미를 두지 않았어도 시몬, 의 낙엽 밟는 소리마저 일깨우는 싸락눈 내리듯 스밈으로 와닿는 작은 스침조차 촛불 같은 생기를 불어넣는 겨울비는 사랑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글꽃을 피우는 인연 因緣 / 淸草배창호

글 꽃을 피우는 인연 因緣 / 淸草배창호 글과 인연을 맺은 게 딱 사반세기四半世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이지만, 정년이 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유일한 보람이며 행복이며 주어진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문학 활성화의 꽃이 피었고 유, 무수의 문학지와 신춘문예의 등 단 길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때 그 시절이 얼마나 값지고 보람을 일구었는지 덩달아 청운의 꿈을 향해 습작과 더불어 소양을 키웠는지 모르겠다 다음 블로그와 다음 카페의 그 수효를 모두 헤아릴 수는 없어도 아마 상상 밖의 숫자였으리라, 처음 시작은, 그저 글 쓰는 취미로 다음 카페와 인연을 맺었고, 더불어 온라인의 문학 카페에 첫발을 디디게 되었으며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창작 방..

엄동嚴冬 / 淸草배창호

엄동嚴冬 / 淸草배창호 미망迷妄에 찬 댓바람 소리에 먹물을 가득 묻힌 엄동嚴冬에는 안팎이 따로 없이 퀭하게 앓고 있는 먹먹한 밤은 왜 이다지도 길어서 시린 어깻죽지 움츠리게 하는가, 웃풍이 거세지는 벼린 발톱에 공수표에 묻힌 지난날은 잊어야 한다는 눈 무게만큼이나 눈부신 한때도 목판화의 독백 속으로 숨은 언약, 딱 그만치라는 걸 알았을 때 가라앉게 한 정곡을 찌르는 핵심이라 해도 고적孤寂한 나목이 삼켜야 할 응어리마저 외따로이 주검 같은 목쉰 허랑한 빛살을, 솔가지에 걸린 하현달 아미에도 밤새 서리꽃 하얗게 피었다

그 겨울에 / 淸草배창호

그 겨울에 / 淸草배창호 밤새 훑이고 간 벼린 발톱에 서릿발로 겨워 낸 하얗게 피운 꽃 긴긴 동지섣달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소한小寒 집에 마실 간 대한大寒이 얼어 죽었다는 생뚱맞은 소리까지, 엇박자 속에 이미 계절의 감각을 져버린 가고 옴의 절묘한 조화는 뒷전이라서 애틋하게 끝난 것도 없고 설레게 시작한 것도 없이 모나지 않게 조약돌처럼 둥글어지라 한다지만 먹물을 뒤집어쓴 겨울이 연신 신열을 앓아 아리고 매운 북풍으로 아무 때나 몰아치고 야단으로, 날로 법석거리며 내린 뿌리는 홀로 견뎌야 했을 기울어진 세파에 늘, 한쪽 발이 시렸는지 모르겠다 푸석푸석한 어둠의 정적만 쫓지 말고 시린 밤이 얼고 녹기를 기다리지 말고 소복한 눈송이에 묻히고 싶은 땅에 닿지 않은 봄을 기다리듯 툇마루에 앉아 내리쬘 한 줌 ..

해인海印의 설원雪原 / 淸草배창호

해인海印의 설원雪原 / 淸草배창호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짊어진 청빈한 고송古松의 가지마다 은쟁반 빛살의 고분을 피웠으니 바윗고을 홍류紅流 계곡에도 소복소복 하얀 젖무덤이 장관이더라 세속을 초월한 정절을 보란 듯이 눈풍애 사방을 휘몰아쳐 천 년의 긴 잠에 빠진 해인海印의 설원을 보니 차마 범접할 수 없는 고찰古刹의 예스러운 풍취가 저리도 고울까, 어쩌지도 못한 삶이 끝없는 고해라서 일탈하는, 소리 바람이 인다 영겁永劫을 두고도 못다 한 ​고적한 겨울 동안거冬安居, 빈 가슴에 화두話頭만 눈부시게 사각이는구나!

창窓이 연鳶이라면 / 淸草배창호

창窓이 연鳶이라면 / 淸草배창호 산등성을 휘감은 달무리가 하루가 멀다고 바람 잘 날 없는 풍자諷刺는 장르를 불문하고 침묵에 잘 길들어진 양면의 두 얼굴이 백야白夜의 술시戌時에 자빠졌다 이숖의 이야기처럼 솥뚜껑으로 가린 타고난 재주 하나, 새롭게 이정표로 자리 잡았는가 하면 한 치 앞도 예견할 수 없는 안개 무리 공허한 양치기만 난무한다 빗금을 긋듯이 여차여차 살얼음 수위는 편린片鱗의 기억들이 밀물처럼 번지듯이 주어 없이 남실대는 개골창에는 난장을 이루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비록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사시나무 층층으로 흔들어 대듯이 각들이 종횡무진 마중물이라 하니 방패가 된 창은, 한낱 문종이려니 하면서도 허공의 나락那落으로 부딪치는 배척이 날개 없는 솔개 연鳶이 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