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그 겨울에 / 淸草배창호

덕 산 2024. 1. 24. 08:18

 

 

 

 

 

그 겨울에 / 淸草배창호
 
밤새 훑이고 간 벼린 발톱에 
서릿발로 겨워 낸 하얗게 피운 꽃
긴긴 동지섣달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소한小寒 집에 마실 간 대한大寒이
얼어 죽었다는 생뚱맞은 소리까지,

엇박자 속에 이미 계절의 감각을 져버린 
가고 옴의 절묘한 조화는 뒷전이라서
애틋하게 끝난 것도 없고
설레게 시작한 것도 없이
모나지 않게 조약돌처럼 둥글어지라 한다지만    

먹물을 뒤집어쓴 겨울이 연신 신열을 앓아
아리고 매운 북풍으로 아무 때나 몰아치고
야단으로, 날로 법석거리며 내린 뿌리는
홀로 견뎌야 했을 기울어진 세파에 
늘, 한쪽 발이 시렸는지 모르겠다       

푸석푸석한 어둠의 정적만 쫓지 말고 
시린 밤이 얼고 녹기를 기다리지 말고
소복한 눈송이에 묻히고 싶은
땅에 닿지 않은 봄을 기다리듯
툇마루에 앉아 내리쬘 한 줌 볕이 그립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