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핀 억새 평전平田 / 淸草배창호 산 능선, 은빛 모래톱이 출렁인다 깊어지는 가을 찬 서리에 가슴 졸이는 날밤이지만 이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니 바람에 내맡긴 하얀 꽃무릇, 신들린 나부낌이 슬프도록 찬연하다 생을 다한다는 건 지극히 슬픈 일이지만 무한반복에 불과한 쳇바퀴인데도 집착이 없는 시작에서 걸림 없는 인연의 끝이라 해도 검붉게 여물은 가을 독백에서 그윽한 달빛을 마시는 느낌은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하마 바람도 따라갈 수 없는 이내 대궁으로 사위어 가면서도 발자국조차 읽을 수 없는 홀씨 된 마음, 기약 없는 먼 훗날을 뒤 남기고 눈꽃으로 핀 그리움일랑 바람에 띄웠으니 그래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가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