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한식(寒食) 시제(時祭)에 참석하고
장모님도 뵐 겸해서 토요일 아침 고향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 출발해서 고속도로는 여유롭다.
홍성에서 대천까지 구간은 짙은 안개로 시야가 100m 정도다.
주행하는 모든 차량은 비상등을 켜고 운행한다.
대천에서 부터는 옅은 안개로 운전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고속도로변에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등 봄꽃들이 활짝 피어있다.
9시경 처가에 도착하니 장모님과 처남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두 분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 장모님은 말씀하실 때
뭐라고 하시는지 알아듣기 어렵다.
목이 건조해서 그렇다고 말씀하시면서 병원에서 건강엔 이상 없다고
한다는데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궁금하다.
갈수록 더 심해지셔서 염려된다.
요즘 서천에는 쮸꾸미 축제 기간이라 점심에 장모님과 처남 모시고
축제장에 가려고 서둘러 부모님 산소를 찿았다.
소주와 마른안주 어머니께 올릴 음료를 구입해서 상석에 차려놓고 배를 올렸다.
산소에 잔디가 좋았는데 2년 전쯤부터 외래종인지 겨울 영하의 기온에도
파란 잎이 시들지 않는 잡초가 왕성하게 번식해서 제법 영역이 넓어졌다.
농약을 구입해서 낫으로 뿌리 윗부분을 자르고 원액을 붓으로 발랐다.
월남전에서 베트콩 소탕하는데 사용했다는 농약이다.
점심시간이 다가와 장모님 처남과 함께 마량포구에 위치한 쮸꾸미 축제장으로 향했다.
30Km의 거리... 도로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도로는 편도 1차선으로 피서철이나 축제가 있을 때는 서행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외지에서 관광 뻐스가 오고 도로가 제법 차량으로 부쩍인다.
가로수로 식재한 동백나무가 꽃을 피워 오가는 길손을 반긴다.
가로수 수종을 잘 선택해서 고향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드디어 축제장에 도착...
드넓은 주차장에서 주차공간을 찿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여야했다.
갯벌을 막아 넓은 공유지를 만든 곳으로 광장 같이 넓은데도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축제장 입구에서 인디언 복장을 한 외국인 연주그룹이
영화 엘콘도 주제가를 연주하고 있다. 영화를 아직도 어렵풋이 기억하고 있다.
배경 음악으로 흐르던 곡을 축제장에서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상당한 연주 실력이다. 축제장엔 재래시장과 비슷한 분위기다.
대부분 먹거리로 고향의 유명한 모시떡과 김, 어패류가 주를 이룬다.
서천 동백꽃 주꾸미축제는 3월 18일부터 4월2일까지가 행사기간이다.
예년엔 축제가 끝 날 무렵이면 손님이 적었다는데
금년엔 많은 손님으로 식당마다 만원이다.
샤브샤브를 주문하고 메뉴판을 보니 5만원이다.
볶음도 5만원... 아무래도 생물 쮸꾸미가 올라오는
샤브샤브가 쮸꾸미를 맛보는데 제격이다.
금년 쮸꾸미는 씨알이 굵어 7마리가 1Kg 나간다고 한다.
예년엔 12마리 정도였는데... 서천 쮸꾸미는 다른 지역 보다 부드러워 유명하다.
금강하류의 민물과 갯벌 때문에 맛이 더 훌륭하다고 한다.
그래서 꽃게 가격도 대천어항 보다 서천 홍원항 경매가격이 더 비싸게 거래된다고 한다.
음식과 술이 있는 곳엔 유흥이 있기 마련...
야외무대에서 노래방기계와 기타를 맨 사회자가 진행하고 있다.
단체관광객들이 무리지어 서로 경쟁하듯 노래 부르고 춤판이 벌어졌다.
이곳저곳 구경하다 석화를 삶아 파는 가게로 들어갔다.
10Kg 한 망에 25,000원 인심한번 후하다.
몇 개 까먹으니 배가 불러 비닐봉투에 담아왔다.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는 동백정으로 향했다.
축제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찿아 가니 이곳 역시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관광객이 많아 매표소에 약 30m정도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했다.
입장료는 성인 1인에 천원...
서천군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69호)에는
붉은 동백꽃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이다.
동백나무 수령이 500년으로 세월을 말하듯 나뭇가지가
부채 살 모양으로 퍼져있고 서해바다의 세찬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3월부터 4월까지 꽃을 볼 수 있다.
동백꽃은 유난히 붉어 신비롭게 느껴진다.
숲 정상에 있는 동백정(冬栢亭) 누각에서 해송 사이로 바라보는
서해바다 작은 무인도가 석양에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언제 또 다시 장모님을 모시고 지척이라도 다녀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금년 연세가 구순(90세)이신 장모님은 말씀이 어눌한 것 외엔 비교적 건강하시다.
90세를 뜻하는 한자 표현으로 "동리(凍梨)"가 있다. "언[凍] 배[梨]"라는 뜻으로,
나이 90세 이면 얼굴에 반점이나 검버섯이 생겨 마치 언 배 껍질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붙었다고 한다.
나이 들어 검버섯이 있으면 어떠랴 세월의 흔적인데...
지금은 100세 시대인 만큼 장수하시는 어르신이 많다.
부모님은 삶의 지주이신데 장모님도 건강하셔서 장수하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 2017. 04. 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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