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으로 혼자 존재하는 법 배우기 / 법상스님
사람들은 말한다.
홀로 있으면 외롭고, 외로움은 싫다고....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음으로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쓴다.
물론 누구나 그렇게 느끼고 실제로 함께함으로
조금 덜 외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깊이 비춰보면 함께하는 것이
우리의 외로움을 덜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께 있음으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고 할 때
우린 세상에 속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을 떨쳐낸 것이 아니라
잠시 덮어두고 있을 뿐이다.
언제까지 그 외로움을 덮어둘 수 있을까.
덮어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속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안의 참된 고독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그러한 외로운 때를 가져야한다.
철저하게 고독해져야 한다.
외로움이 싫다고 자꾸 벗어나려고 하면 안 된다.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욱 외로움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울 뿐이다.
그럴 바에야 두 눈 똑바로 바라보고
외로움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바라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고,
철저히 혼자가 될 수 있을 때,
그럴 때 우린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과 마주하기를 꺼리고,
바깥 세상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기 때문에
자기를 만나지 못한다.
자기와의 만남을 이루려거든
먼저 바깥의 관심이며 기대를 다 포기해야 한다.
바깥으로 치닫는 그 어떤 마음도 다 놓아버리고
철저한 고독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나홀로 그 고독 앞에 우뚝 설 수 있어야 한다.
이 길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그 누구도 함께 갈 수 없는 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하는 길이다.
참으로 홀로 있을 때
작은 나의 허울을 벗고 전체와 함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몸뚱이만 그저 덩그러니 혼자 있다고 해서
다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혼자 있으려면
번거로운 소유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잔뜩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많으면
호젓하게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소유물로부터 소유를 당하며
소유물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휘둘리고 있는 소유란
물질적인 것들은 물론이고
명예, 권력, 지위, 배경, 학벌 등등의 것들까지 포함된다.
참으로 혼자 있는 법을 배우면
이런 것들이 있건 없건,
높건 낮건 우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혼자 존재하면서도
충만할 수 있는 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적인 것들이 많이 채워져야 충만하고 행복하다고 여긴다.
돈이며 명예, 권력, 지위, 학벌이며
온갖 소유물들이 넘쳐나야 행복하지
그런 것들이 없어지고 나홀로 덩그러니 남으면
내 존재의 뿌리를 잃어버린 것 마냥
외로워하고 괴로워한다.
또한 이러한 유형무형의 소유물과 온갖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하더라도
아직 온전한 홀로 있음을 실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홀로 있음의 가장 중요한 실천 요소가 남았다.
그것은 바로 '정신의 홀로 있음'이다.
아무리 깊은 산속에 들어가 살더라도,
온갖 소유의 울타리로부터 자유롭게 살더라도,
우리 머릿속이 온갖 번뇌와 탐진치 삼독심으로,
또 잡다한 지식 같은 것들로 꽉 채워져 있다면,
우린 진정 홀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머릿속이 맑게 비워져 있을 때
우린 몸도 마음도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자주 가지고,
채움으로 삶의 목적을 삼아 왔던 우리의 삶의 방식을
조금씩 비우고,
놓아감으로 바꿔갈 수 있다.
어차피 우린 잠시 홀로 이 지구에 여행을 온 것이고,
여행을 마치고 되돌아갈 때,
또 다른 삶의 여행을 떠날 때
또다시 우린 혼자 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때 그동안 쌓아 놓았던 인연이며,
소유물들울 한꺼번에 버리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미리미리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버리는 연습을 해나갈 수 있다.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 우린 당당할 수 있고,
내 안에서 충만하게 우러나오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주변 상황이나 조건의 좋고 나쁨이나,
물질의 많고 적음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나 혼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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