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를 탓하지 마세요 / 법상스님
경계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대로 텅 비어 고요합니다.
여여하며 여법합니다.
그런 경계가 좋고 싫은 이유는
경계에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에 분별이 있는 탓입니다.
경계에 휘둘리는 마음 또한 내가 만들어낸 것이지
경계는 본래 휘둘리고 말고 할 것이 없습니다.
경계가 일어날 때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있는 그대로의 경계가 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모인 경계를 가만히 두지를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편견없이 바라보지를 못합니다.
거기에 이름을 붙이고, 모양을 짓고,
좋고 나쁜 분별을 일으킵니다.
좋은 분별엔 애착[탐(貪)]의 마음을,
나쁜 분별엔 성내는 마음[진(嗔)]을 일으킵니다.
그런 두 가지 분별이 생기는 연유는
본래 나도 경계도 모두 공하고
허망함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치(癡)] 때문입니다.
그 때부터 괴로움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경계는 아무런 잘못이 없음을,
아무런 분별이 없음을 밝게 깨쳐 알 수만 있다면
거기에 휘둘릴 것도 없습니다.
내 마음이 좋고 싫은 것이지
경계가 좋고 싫은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모든 경계는 이처럼 아무런 잘못이 없고,
분별이 없지만
우리 마음은 작은 경계에도 끄달리고 휘둘리고 그럽니다.
그러니 제 혼자 만들고 그렇게 만든 분별로 인해
제 혼자 괴로워하고 그러는 기가 막힌 세상입니다.
같은 육체적 노동이지만
마음 따라 일도 되었다가 운동도 되는 것입니다.
마음 따라 괴로워 녹초가 되기도 하고,
되려 힘이 펄펄 나기도 합니다.
육신을 움직인다는 것은 똑같은 것입니다.
경계는 같지만 마음에서 일이다, 운동이다 분별하여
더 힘이 나게도 하고 녹초가 되게도 만드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경계가 이와 같을진데
어찌 좋고 나쁨이 따로 정해져 있겠습니까.
똑같은 경계일지라도 좋다고 분별할 수도 있고,
나쁘다고 분별할 수도 있으며,
사랑할 수도 있고, 미워할 수도 있으며,
힘 빠지는 일일 수도 있고, 힘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내가 하는 것입니다.
괴로움도 즐거움도 내가 선택하는 일인 것입니다.
경계는 아무런 분별도 잘못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택 또한 하나의 분별입니다.
그러니 그냥 놓아버리면 됩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그대로 자연스러운 세상입니다.
아무것도 잡지 않으면 그대로 고요한 세상입니다.
좋고 싫고 분별하지 않으면 그대로 해탈의 경계인 것입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경계를 애써 탓하지 마십시오.
조건이 별로라고, 환경이 별로라고
부모님이 별로라고, 남편이 별로라고,
친구 성격이 별로라고 탓하지 마십시오.
그들에게는 절대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나에게로 돌릴 일입니다.
내 마음이 변하면
경계는 따라서 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싫은 경계를 잡으면 괴로움이고,
좋은 경계를 잡으면 즐거움이지만,
그 마음 놓으면 해탈입니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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