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일생일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 / 법상스님

덕 산 2025. 10. 22. 19:01

 

 

 

 

일생일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 / 법상스님

 

우리 인생의 가장 근원적인 물음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이다.

 

그것만이 모든 수행자의,

아니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물음이고,

그것을 찾는 것이 우리 모두의 본업이다.

 

왜 그러한가. 간단하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남을 평가하고, 시비 분별하고,

'내 것'을 늘리려 하며, 나를 포장하고,

내 생각이 옳다고 하고

몸뚱이를 치장하려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

 

이건 정말 황당하면서도 아주 몰상식적인 얘기다.

 

내가 나를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고,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기다 보니

더 이상 알려고 하지를 않게 된다.

 

고작해야 이름을 안다, 태생을 안다, 고향을 안다,

어느 학교를 나오고 직장은 어디고,

어떤 사람과 결혼해서 어떤 자식을 낳았다는 것으로

안다고 하면 큰 오산이다.

 

내가 나를 훤히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알음알이'에 불과한지

가만히 '안다'는 것에 대해 되짚어 보자.

 

사회에서 인정해주면

스스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거고,

사회에서 인정해주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자학하곤 한다.

 

그렇게 남들의 시선에 의존해 내가 만들어진다.

 

스스로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의해서 내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들의 말 한마디에도 크게 휘둘린다.

남들이 나에게 욕을 하고, 능력 없다고 하면

스스로 못난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사실 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남들이 나에게 하는 판단이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남들이 하는 말에,

혹은 사회적인 잣대에 빗대어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결정 짓는데 익숙하다 보니

남들의 말에, 또 외부적인 평가에 휘둘리며 얽매이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어리석고 황당한 일인가.

 

 

그런데 더욱 당황한 일이 하나 더 있다.

그렇게 나를 판단하고 결정지어 왔던

바로 그 '남'들도 여전히 자신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 줄 수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이 세상에는 어떤 한 사람에 대해서도,

혹은 어떤 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많은 평가가 엇갈린다.

 

저마다 온전하지 못한 자기 생각에 갇혀

상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리석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판단과 견해에 휘둘려

나도 함께 더욱더 어리석어지는 일들이

이렇게 우리 삶 속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스스로 '나 자신'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내리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고 남들의 판단과 견해에 휘둘려

웃고 울며 즐거움과 괴로움 속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 뭣고'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화두다.

 

이 화두를 깨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절대로 자유로워질 수 없고,

주변 사람이며 경계에 휘둘려

자기중심을 세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부처님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말이나 평가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다.

 

남들이 아무리 부처님을 보고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깨달았느니 깨닫지 못했느니 하더라도 아무 상관없다.

 

부처님은 스스로 누구인지 환하게 깨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벌써 훤히 알고 있다면

더 이상 남들을 통해 나를 알아낼 것도 없고,

그런 남들의 어리석은 판단 분별에 놀아날 것도 없다.

 

남들의 평가나 비교에 휘둘리지 않으면

괴로움도 없다.

 

그렇듯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한 사람만이 비로소

대평등의 고요함, 적멸(寂滅)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일생일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다.

 

그 답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내 안에서 나온다.

 

어떻게 나오는가?

우리 안을 향해 자꾸 묻고 또 물으면

해답은 찾을 수 있다.

 

큰 의심으로 묻고 또 물으라.

 

나.는. 누.구.인.가.?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